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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야할 난관들(한국을 기다리는 소련시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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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야할 난관들(한국을 기다리는 소련시장:상)

입력
1990.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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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태환 루블화 “밖에선 휴지”/비싼 달러들인 투자 회수 못할수도/원목등 현물결제도 개발여건 불리노태우 대통령의 소련방문이 다가오면서 국내 경제계는 소위 「소련특수」를 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무역협정 과학기술협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약 투자보장협정 항공협정 어업협정 등 6개 협정을 이번에 일괄타결할 방침이며 재계에서는 그 동안 추진해왔던 상품수출 및 합작투자사업 등 경협프로젝트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모색에 여념이 없다. 한편 소련측에서도 한국측의 자본 및 상품을 받아들이기 위해 가능한 한 문호를 활짝 열려하고 있어 한소 양국간의 경협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겨지고 있는 소련시장은 생각처럼 쉽게 공략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소련시장은 우리에게 얼마만큼 가능성이 있는지를 현지취재를 통해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지난 9월말부터 소련정부는 소위 5백일 개혁안을 마련하고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도 소련시장이 시장경제체제에 익숙해지려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창한 합작투자사업보다는 소련인들이 시급하게 필요로 하고 있는 소비재들을 좀더 많이 소련에 팔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길뿐이다』

모스크바에 진출해 있는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현지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경쟁적으로 소련측과 대규모 경협프로젝트 계약을 했다고 발표되는 것에 대해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 소련의 정치·경제구조는 극히 혼란한 상태로 어느 누구도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오히려 이같은 국내 재벌급 기업들의 「튀기기 경쟁」이 30억달러 규모로 알려지고 있는 대소 경협자금을 노린 것이라면 「소경 제 닭 잡아먹기」식이 아닐 수 없다고 개탄한다.

소련시장은 물론 인구 3억에 달하고 시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곳이지만 현재 소련 루블화가 태환성이 없고 경화(달러 마르크 등 태환성이 있는 화폐)가 부족하여 상품판매시장으로서의 가치는 반감되고 있다. 그 동안 우리 기업이 소련과 직교역을 시작한 지 불과 수 개월 만에 수억 달러씩 외상이 밀리고 합작투자사업이 거의 성사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루블화의 효용성은 외국기업으로서는 거의 휴지나 다름없다.

대외결제시의 공식환율인 상업환율(1달러는 1.6루블)과 암달러시세(1달러는 20∼30루블)의 차이가 10배 이상 되는 데다 비싼 달러화를 투입하여 루블화를 벌어봐야 쓸 곳이 없다.

루블화의 국외반출은 엄격히 제한되고 있으며 쉽게 달러화로 바꿀 수도 없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 여타 사업에 투자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소련측은 모든 분야에서 외국과의 합작투자를 희망하고 있지만 자본을 투입하는 외국기업으로서는 투자회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즉 합작투자사업으로 생산한 제품을 전량 내수로 판매할 경우 돈이야 벌겠지만 모두 루블화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 또한 생산품 중 상당부분을 수출로 전환하려 해도 경쟁력이 뒤따르지 못한다.

물론 앞으로 장기적으로 볼 때 루블화가 태환성을 회복하게 된다면 이같은 문제는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문을 연 맥도널드 햄버거의 경우 루블화만을 받기 때문에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그 돈을 국외로 반출할 수가 없어 일단 계속 투자만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맥도널드측은 당장 몇백만 달러를 손해보더라도 먼 장래를 내다볼 때 채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같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일본 서독이 몇십 년간 교역을 해왔지만 일본의 경우 연간 교역규모가 60억달러에 불과한 것이나 우리 기업들이 그 동안 각종 합작투자사업을 벌인다고 요란한 소리들을 냈지만 실제로 성사된 것은 (주)진도의 모피공장 1건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진도는 현지인과 합작회사(진도루스사)를 설립하여 이 회사를 통한 모피판매대금을 달러화로 받을 수 있도록 허가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일부기업서는 고육지책으로 구상무역 형태로 대금을 원목 석유 가스 등 현물자원으로 받아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같은 방식도 활용가치가 높은 지역은 이미 일본 서독 등지에서 선점했기 때문에 개발여건이 극히 불리한 곳만 남아 있는 형편이어서 구체적인 득실판단이 확정되는 데만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나마 이들 자원들을 현지에서 가공하여 반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채산성은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모스크바=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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