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정해놓고 시험치나” 민방 추궁/“지하철 객차 남녀용 구분하자”에 “부부는 어떻게 하나”/“군사문화와 깡패문화 접목” 석방탄원실시 3년째를 맞는 올해 국감은 「민방 국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공청산의 정치적 매듭과 함께 터져나온 민방문제는 「6공 최대의혹」으로 지칭될 정도인만큼 8일간의 단축국감에서 집중표적이 된 것은 당연. 반면 이 때문에 6공 비정의 상당부분이 부실하게 추궁됐다는 평도 적지 않다. 의원들의 준비부족과 행정부측의 고자세도 두드러진 대목. 3일 하루를 남겨둔 올 국감의 백태를 살펴본다.
○두시간 동안 일문일답
▷문공위◁
공보처 감사에서 조세형 의원(평민)과 최병렬 장관이 2시간 여에 걸친 민방관련 일문일답을 벌인 것은 이번 감사의 「하이라이트」였다는 평.
이날 조 의원은 사전내락설만을 30여 분 간 추궁한 뒤 『이는 마치 합격자를 미리 정해놓고 수험생을 모집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
그런가 하면 이동근 의원은 최 장관에게 『장관은 태영의 대변인이냐』고 다그쳤고 이에 대해 최 장관은 『질의가 태영에 집중돼 답변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주장.
또 최 장관은 조세형 의원과의 일문일답에서 『언론통폐합 원상회복 등 5공 초기의 일에 대한 쟁송이 계속될 경우 정치적·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답변했다가 조홍규 의원(평민)으로부터 『무엇을 상정하고 하는 얘기이며 엄포냐 진단이냐』는 항의에 『정치적 혼란이란 표현이 있었다면 이를 취소하겠다』고 즉석 취소하기도.
▷재무위◁
민자당 의원들이 『태영 때문에 완전히 김샜다』는 불만을 털어놓을 정도로 민방의혹이 주무대가 됐으며 여당으로선 김덕룡 의원이 유일하게 이 문제를 따져 민방문제가 6공의 최대 「두통거리」가 되고 있음을 반영.
민방 추궁의 「압권」은 72세 고령이자 변호사인 홍영기 의원(평민). 임춘원 의원(평민)의 특혜금융 의혹제기와 김덕룡(민자) 이경재 의원(민자)의 태영 주가조작 여부 추궁에서 단서를 잡은 홍 의원은 30일 증권감독원 감사 때 『연기가 있으면 불길이 있다는 게 보통사람들의 경험법칙인데 꼭 불길을 보여줘야만 납득하겠다는 거냐』고 박종석 증권감독원장에게 대갈일성.
홍 의원은 이어 『흑막이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남은 것은 민방 불길을 지른 배후세력이 누구냐는 것뿐』이라고 단언. 특혜금융·주가조작 의혹을 완강히 부정해왔던 정부측도 농반진반으로 『홍 의원이 지적이 가장 아팠다』고 토로했는데 다만 홍 의원이 질의만 해놓고 답변시간엔 개인 약속으로 자리를 비운 것은 「옥의 티」라는 평.
○평민당 조사반 방불
▷경과위◁
민방과 안면도사태에 초점이 모아진 올해 감사에서 신영국·김길홍 의원을 제외한 민자 의원들은 모두 「꿀먹은 벙어리」 역할을 벗어나지 못했고 김태식·이해찬 의원이 발언을 독점,감사반이 마치 「평민당 조사반」이 된 듯한 인상.
때문에 추곡수매 문제를 따지던 김태식 의원은 『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낸 경과위 소속 강보성 의원도 사석에서 정부수매안에 엄청난 불평을 털어놓더라』고 슬쩍 걸고넘어가려다 민자 의원들이 『동료의원이 사석에서 한 얘기를 거론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발,속기록에서 삭제하는 해프닝.
김 의원은 또 민방주주 신청공고를 낸 민방추진위의 법 적근거가 없음을 지적,『유령회사를 차려 해외취업자를 모집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 바 있느냐』는 비유도.
○“수감도중 웃지 말라”
▷행정위◁
서울시 감사에서 김종완 의원(평민)이 『재벌기업상품의 과대포장용지가 쓰레기난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재벌기업에 쓰레기 수거부담금을 물리라』고 열을 올리자,고건 시장은 결국 이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하면서도 『그같은 발상은 아스팔트에 붙은 껌을 떼기 위해 껌 제조회사에 이 책임을 맡기자는 꼴』이라고 일침을 잊지 않는 태도.
목동아파트 7단지의 분양면적 감소를 따지다 논리의 비약으로 폭소를 자아냈던 양성우 의원(평민)은 다음날 의사진행발언을 신청,『야당 의원의 질문도중 수감기관 직원들이 의도적으로 크게 웃거나 킬킬거리는 등 감사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려 했다』며 이를 국정감사법 및 증인감정법 위반으로 고발할 것을 제의하는 화풀이.
이에 정상구 위원장은 『그런 태도는 법 이전의 양심의 문제이니 우리 모두 「내 탓이오」의 정신혁명을 하자』고 화답해 또 한차례 웃음. 정 위원장은 30일 총무처 감사에서도 의원들의 이석이 잦자 『우리가 감사를 받아야 할 판』이라고 말하기도.
한편 양경자 의원(민자)은 지하철 승차난 해소를 따지면서 『여자들은 힘이 약해 승차전쟁에서 항상 밀리고 복잡한 차중에 추행까지 당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며 『화장실도 남녀가 따로 있으니 지하철 객차도 남녀를 구분해 태우도록 하라』고 별난 제안을 했으나 감사장에선 『그럼 부부는 어떻게 하나』는 반론도.
○“스스로 장군 호칭”
▷국방위◁
각 군 본부 감사에서 평민당 의원들은 장성 진급문제에 유달리 초점을 맞췄는데 29일 공군본부에서 정웅 의원은 영남 출신과 호남 출신 장성의 구체적인 편차까지 들어가며 지적. 정 의원은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김가나 이가의 머리에 맞는다는 말이 있듯이 계룡대에서 돌을 던지면 경상도 장군 머리에 맞을 판』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는데 여당 의원들은 『비유가 속되다』고 씁쓸한 표정.
국방부에서부터 군인정신을 유난히 강조하던 3성 장성 출신인 이광로 의원(민자)은 육군본부에서 『요즘 군장성들의 전화를 받으면 「아무개 장군입니다」고 자기를 소개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배웠기에 스스로 존칭을 쓰느냐』고 지적. 그러나 이 의원은 공군본부에서는 『창설 이래 3군 중 유일하게 월북자가 없는 군으로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고 좌충우돌.
○위원장 향해 질문도
▷보사위◁
황명수 보사위원장은 평민당의 집요한 질문공세를 평소의 「걸걸한」 스타일 그대로 「마구」 차단하는 방식을 즐겨 평민 의원들은 『장관이냐 위원장이냐』고 매번 볼멘소리.
환경처의 감사중 군산 TDI문제를 물고늘어지던 박영숙 의원(평민)이 허남훈 장관과 실무국장을 번갈아 상대해가며 거의 하루종일 일문일답을 벌여가자 황 위원장은 『어이,박 의원이 검사요. 질문 그만해요』라는 등의 「투박」한 회의진행. 그러자 박 의원은 아예 다음 질문을 황 위원장을 향해 하는 촌극.
▷법사위◁
작년의 「공안정국」과 같은 뚜렷한 쟁점이 없는 탓인지 거의 모든 감사장에 「정적」이 감돌 정도.
다만 첫 등원한 이수인 의원(평민)이 법무부 감사 때 『인천 꼴망파 두목에 대한 여당 의원 석방탄원은 군사문화와 깡패문화의 접목』이라면서 『범죄와 전쟁의 대상은 현정권 내부에 있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 한때 소동.
이러자 유수호 의원(민자)이 나서 『국감 자리에 와서 남의 당 얘기를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작년 공안사건 때 법을 어겼던 사람들이 어느 당 소속인지 아는지 모르겠다』고 반격.
▷농림수산위◁
평민당이 외미 과다도입 문제와 관련,극비문서인 양 부풀렸던 80년 당시 「당면 농정현안」이란 정부 문건이 사실은 지난해 국감 등을 통해 이미 공개·배포됐던 것으로 밝혀져 주위의 눈살.<조재용·신효섭 기자>조재용·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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