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안면도사건과 관련된 원자력행정의 난맥상이 일부 드러난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닌 듯하다. 핵폐기물사업을 담당한 원자력연구소가 소관부서인 과기처에 보고도 없이 안면도 핵폐기물 중간처리시설용 부지매입협약을 체결했는가 하면 문제가 생기자 충남도와 협약공문서를 자의로 폐기했다지 않은가.세계 10위권의 원자력발전사업을 수행하는 나라에서 빚어진 이같은 원자력행정의 낙맥상은 과학기술행정의 엄청난 구멍을 뜻하고 결국은 정부의 행정관리의 문제점을 생생히 드러내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궁금하고 의아스러운 것은 원자력연구소의 뒤에 과연 누가 버티고 있었기에 상급기관마저 제치는 그런 일이 태연히 일어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이점은 국정감사에서도 결국은 드러나지 못한 국민경시의 큰 의문점이다.
사실 우리나라 원자력행정의 문제점은 그같은 의문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는 것 같다.
학계 등에서 먼저 지적되고 있는 것이 원자력행정의 최고의결기관인 원자력위원회의 무기력함이다. 부총리가 위원장이고 관련부처 장관들이 위원으로 되어 있는 이 위원회가 말로는 원자력사업에 관한 주요결정을 한다면서,핵폐기물 관리에 관해 뚜렷한 정책결정도 없이 표류해오다 지난 9월에야 핵물질처리기술 및 중간저장을 담당할 제2원자력연구소 건설계획을 늦어도 한참 늦게 채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위원회가 문제가 있을 때에도 제때 열리기 어려웠고,첨단기술정책을 결정한다면서 원자력전문가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과학기술 발전의 국가장래를 위해서는 내실과 책임이 있는 위원회의 공개적 운영이 필요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다른 문제점은 우리 원자력발전사업은 급속히 발전·확대되어 왔으면서도 원자력행정은 지난 20여 년 간 계속 축소되어만 왔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59년에는 원자력 원장이 국무위원이었으나 그 후 차관급인 원자력청으로,차관보급인 원자력상임위원으로 차례로 격하되었고,5공 말기에 와서는 원자력국으로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격하·축소되었던 것이다.
이같은 처사는 단순히 과기처만의 문제가 될 수 없고,우리 행정부와 권력체제의 근본적 식견부족과 파행적 운영 때문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과기처가 원자력국을 원자력실로나마 한 단계 격상하려던 시점에서 안면도사건이 터졌다고 한다. 원자력행정체제의 올바른 구축과 강화가 진정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국정감사로 일부나마 드러난 난맥과 문제를 지적하고 보니 이 나라의 과학기술 및 원자력행정을 과연 누가 책임지고 맡아 왔는지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5공 중반기부터 지금까지 나라의 미래가 걸린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육성·관리의 책임을 진 과기처 장관을 평균 8개월에 한 번씩 바꿨던 것이다. 이같은 여건 속에서는 누가 그 자리에 앉은들 소모품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적된 난맥상과 문제점을 정직하게 해명하고,조속히 개선할 것을 간곡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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