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확고 전달 「오산」불식 목적”/이 「피해없는 철군」요구 가능성부시 미 대통령이 30일 자신과 타리그·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제임스·베이커 국무장관과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의 상호 교환면담 협상을 제의한 것은 다목적 외교카드이다. 유엔 안보리에서 무력사용 승인결의안이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지 하룻만에 이처럼 전격협상을 제의한 것은 시의에 맞는 충격적인 외교기동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까지 사담·후세인의 협상제의에 「무조건 철수」를 요구해왔고 「부분타결」도 거부하는 완고한 자세를 견지해왔다. 따라서 이번 제의는 안팎으로 증폭된 환영을 받고 있다.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은 『환영한다』고 말하며 『평화적 해결이 이루어지질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무력사용 승인결의안에 반대했던 예멘대표도 『우리는 이것을 찾고 있었다』고 말하고 『돌파구의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지지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 샘·넌 의원은 「좋은 기회」라고 환영했으며 로버트·돌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도 『부시 대통령이 고위 외교통로를 열어 놓은 것은 긍정적인 조치로서 그가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는 또하나의 시사』라고 부시의 제안을 적극 찬동했다.
이에 대해 당사국인 이라크는 무척이나 당혹스런 표정이다. 이라크의 최고통치기관인 혁명사령부평의회는 즉각 비상회의를 소집,수락여부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라크 정부의 공식 논평에 앞서 압둘·라자크·알·하시미 프랑스 주재 이라크대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평화를 향한 극히 중요한 진일보』라고 말하고 『협상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환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돌연한 회담제의의 목적을 가장 요령있게 설명했다. 그는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한 자리에서 우리가 유엔 결의안의 이행에 대해서 얼마나 결심이 확고한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고 했다.
미 의회의 한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의 무력사용 승인 결의안의 시한인 내년 1월15일까지 45일 남짓한 사이에 어떠한 사태가 전개될 것인가는 사담·후세인이 이 결의안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즉 미국과 연합국이 정말 무력행사에 돌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엔 결의안은 시한이 지난후 무력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자동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을 못박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특히 강조한 것은 사담·후세인이 미 대통령의 결의를 오해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지즈 이라크 장관을 만나고 그 뒤에 베이커 장관이 바그다드로 가서 사담·후세인과 면담하는 2차례의 고위급회담을 통해 자신의 결심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겠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또한 지금까지 협상을 거부해오다가 표변하여 협상을 제안한 것이 유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듯 『이번 협상이 양보의 여행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즉각적 무조건 철수 ▲쿠웨이트 왕정의 복귀 ▲모든 인질의 석방 등 3가지 요구보다 약한 것은 결코 제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유엔 결의안이 규정한 3가지 기본목표에서는 타협을 배제했으나 그밖의 문제에는 신축성을 뒀다. 미국은 당초부터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공유하고 있는 루마일라 유전의 생산량분배 문제,페르시아만 앞바다의 2개도서 양도내지 조차문제 등 이라크·쿠웨이트간의 쌍무문제는 이라크군의 철수 이후 양자간에 협상,타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라크는 이에 대해 쿠웨이트 철군문제는 이스라엘의 아랍점령지 철수문제와 연계시켜 논의돼야 하며 쿠웨이트 왕정의 복귀는 수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전제조건이 붙은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한편 유엔 안보리의 무력사용 허용결의안에 대해서 이라크 혁명사령부평의회는 「무효」라고 선언하는가 하면 사담·후세인은 전쟁이 발발하면 맹렬히 싸우겠다고 도전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라크는 부시 대통령의 교차협상제안이 까다로운 것이나 수락지 않을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제안으로 화·전 양면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그는 지난 11월초 20만명 증파 발표 이후 전쟁을 서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미 의회의 민주당의원을 주축으로 경제제재 지지세력이 부상,부시정책에 공개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평화를 위해 전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안팎에 주게됐다. 이라크가 협상을 거부,무력행사가 불가피한 경우 전쟁의 책임을 후세인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엔 결의안 이행결심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말과 동작 언어만으로 설득이 가능할 것인가. 부시,베이커가 전설적인 황소의 설득력이 있는가. 경우에 따라서는 사태가 잘못되고 책임을 뒤집어 쓸 위험마저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이나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다같이 전쟁의 회피를 희망하는 공통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미국의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이라크의 핵과 화학무기 설비 등을 파괴하고 군사력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미래의 보다 위협적인 불안요인을 제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후세인이 이라크의 현 군사력과 산업력을 안전하게 지킨채 철군하는 경우 그것이 성공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점이 미·이라크의 주요협상대상의 하나다. 부시 미 대통령의 제안은 그의 말대로 마지막 협상의 기회를 만들어줬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평가될만 하다.<워싱턴=이재승특파원>워싱턴=이재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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