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4개 노선 지하철 1백16.5㎞와 이에 연결된 경인 및 경수전철이 지나치게 혹사당하고 있다. 수도 서울과 서울을 포도송이처럼 둘러싸고 있는 수도권역 16개시의 하루교통 인구 2천7백만명 중에서 「서민들의 발」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서울의 지하철과 전철은 개통 이래 서울시와 철도청이 안전하고도 쾌적한 운행과 관리에는 이렇다 할 투자를 하지 않은 채 콩나물시루 운행과 겉핥기식 정비 그리고 지하철역사의 환경관리에 손을 쓰지 않고 있음으로써,「지하철」이라는 이용자들의 불평과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온 지 오래다.특히 74년 8월15일 개통한 서울역청량리역간 7.8㎞의 지하철 1호선과 서울역인천,서울역수원간의 전철이 특히 심하다. 1호선 건설 당시만 해도 기술수준이나 투자비 단가가 수준 이하여서 역사 및 전동차선로 등이 부실했고 그간 낡아 대대적인 보수와 시설대체가 시급한 상태라는 전문가들의 진단까지 나와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기존 지하철의 건설비 부채가 2조원이 넘어 하루 10억원 정도의 원리금 상환을 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하루 3백20만명을 수송해서 나오는 수익금 5억7천만원으로는 운영비를 빼고 나면 빚 갚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새로운 빚을 얻어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노선에 대한 시설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어려운 입장임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호소하고 있다. 그 형편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현대의 과밀도시에서 교통난을 해소하는 데 선택의 여지가 없으리 만큼 지하철이 환영받게 된 것은 일시에 다수의 인원을 수송한다는 장점과 더불어 신속과 안전과 쾌적함이 여타 교통수단을 능가한다는 데 있다는 것을 잊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서울의 지하철이 3백%의 혼잡도에 달해 살인적인 승차난의 상황에 이르러 승객이 차장으로 튕겨나올 정도가 되고,부식된 전기공급선이 끊기거나 신호장치와 선로고장으로 전동차의 운행이 중단·연착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다면 지하철의 생명인 「안전과 신속」은 어디에 가서 찾을 것인가를 따지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지하철 1호선은 역사의 화장실도 있으나마나 한 격이고,환기 시설도 잘못된데다가 출퇴근 러시에는 전동차 안이 콩나물시루만도 못 하니 「쾌적한 지하철」이란 말을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어찌됐든 서울시와 철도청은 기존 지하철과 전철에 대한 투자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줄로 우리는 믿는다. 물론 서울시로서는 절대 부족한 지하철을 신·증설하는데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철도청도 경인전철 복선사업추진 등에 투자를 해야 하는 재원상의 곤란함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기존 지하철과 전철이 낡은 시설,특히 사고위험을 내포한 중요 시설물을 더 이상 무리하게 혹사하다가 큰 사고라도 나면 어찌할 것인가. 콩나물시루만도 못 한 과다한 탑승객의 전동차운행을 계속하면서 지하철요금을 인상할 때 시민들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곰곰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하철투자의 우선 순위야 신·증설에 둬야 하겠지만 상당몫을 할애해서 기존 지하철의 불만을 해소하는 결단도 내려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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