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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만들기/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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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만들기/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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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세상을 개탄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수많은 문제들이 나타나 『위기라는 표현조차 대수롭지 않은 일상용어가 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도산아카데미 회원 3백여명을 모아 놓고 지난 28일 「한국사회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김회장은 『일찍이 오늘날과 같이 지도층이 제구실을 하지 못한 때가 없었다』고 한탄을 하면서 우리 사회 지도층과 일반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그 하루전인 2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초청연사로 나가 『우리의 미래를 맡겨도 좋다고 공감할 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탄식을 했다.『대권을 잡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훑어봐도 지도자감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창순 전경련 회장도 비슷한 시기에 박태준 민자당최고위원을 초청한 간담회 자리에서 정치를 좀 잘해달라는 요지의 주문을 했다. 지도층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김회장의 개탄이나 지도자감이 없다는 정회장의 탄식이나 정치가 잘못되고 있다는 유회장의 한탄은 사실 많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려주는 얘기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세종대왕 이후 훌륭한 지도자가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륵출세에 대한 신앙적 염원이 조선시절부터 백성들 사이에 끈질기게 이어져 내려온 것을 보면 그때부터 한번도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국운이 쇠퇴하기 시작,이조말엽에 이르러 진주민란과 동학란을 겪고 나라가 망하면서 일제치하에 들어가고 해방 후의 혼란과 동족상잔의 전란을 겪고 4·19와 5·16유신과 10·26 광주사태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근세사의 1백년 이상 세월동안 우리나라 백성들 처럼 모진 고초를 겪으면서 살아온 민족이 지구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나라,번영과 풍요,평화와 안정을 이룬 나라에서 다리 뻗고 편하게 세상을 한번 살아보자는 한 맺힌 염원을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다갖고 있을 것이다.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 줄 훌륭한 정치지도자,미륵 같은 「인물」의 출현을 바라는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쉬울게 없는 우리나라에서 첫째 둘째가는 재벌의 총수들이 지도자 없는 것을 이렇게 아쉬워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일반 국민들이야 그 아쉬움이 말로 다할수 없을 것이다. 지도자에 대한 재계「지도자」들의 잇단 발언이 국민들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백년이상 배출될 수 없었고 「만들어 질 수」 없었던 그 훌륭한 지도자를 지금와서 갑자기 어디서 찾고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그 일은 재계의 「지도자」들을 포함해서 각계의 「지도층인사」들이 자기이익과 집착을 버리고 합심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개탄만 할 일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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