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소장관직은 유지… 막후서 「힘」행사할 듯/장남 권력승계 위해 후임에 오작동 임명 의혹지난 59년부터 무려 31년동안 세계 최장수 총리직을 역임해온 이광요 싱가포르 총리(67)가 28일 오작동 제1부총리 겸 국방장관에게 권좌를 물려주고 정치일선에서 「공식은퇴」한다.
이광요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당분간은 총리권한에 버금가는 막강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번 정계은퇴는 정치민주화 등 싱가포르 사회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일단 기대되고 있다.
이총리는 집권 인민행동당(PAP)의 최고실권직인 사무총장과 내각의 선임무임소장관직을 맡아 막후실력자로 군림할 가능성이 높지만 가부장적 통치방식의 지양을 선언한 오작동이 총리직을 승계함으로써 싱가포르의 정치·경제 개혁 가능성이 과거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8년의 총선 이후 총리직 사임의사를 거듭 천명해온 이광요는 이미 26일 황금휘 대통령에게 28일부터 효력이 발생할 총리직 사임서를 정식 제출한 뒤 『오작동 제1부총리로 하여금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조각을 위촉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임기간내내 권위주의적인 강권통치로 싱가포르를 성공적인 개발독재국가로 가꾸어온 이총리는 84년 총선때 32세로 최연소 당선된 맏아들 이현룡 상공장관에게 대권을 물려줄 것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받기도 했으나 『나의 소임은 아들을 정치적으로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라며 부자 권력승계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이총리는 『나중에 상황이 변화되면 싱가포르 국민들이 아들과 같은 지도자를 원하게 될 것』이라며 『총리 아들이란 이유로 총리직을 맡을 수 없다면 불공정한게 아니냐』고 부연,오작동 이후 이현용이 「차차기 총리」로 기용될 수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총리 재임 당시 「동남아 제1의 정치가」라는 찬사와 철저한 현실주의자요 독재자라는 비난을 함께 받았던 이광요는 50년 영 케임브리지대를 수석 졸업한 수재로 미사여구나 이데올로기 보다는 현실을 중시,싱가포르를 신흥공업국(NIES)의 선두주자로 부상시켰다.
특히 그는 국가보안법과 언론출판법 등의 권위주의적인 법률제정을 통해 PAP의 집권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부패방지법으로 「깨끗한 선의의 독재정부」실현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지난 88년 총선에서 PAP가 의석으로는 압승했다 하나 지지율은 오히려 80년보다 13%나 하락,62%에 그친데 이어 합법야당인 노동당(WP) 등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운동이 본격화되자 이광요의 2선 후퇴를 포함한 지도부의 개편이 예상돼온 터였다.
이광요의 총리직 사임 이후 싱가포르 정국은 현재 의회에서 심의중인 대통령제 개헌안의 통과 여부에 초점이 모아질 전망이다.
유명무실한 현행 대통령직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부통령제를 신설토록 하는 내용의 개헌안이 PAP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단원제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이총리의 대통령직 취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더구나 맏아들인 이현룡을 2명의 새정부 부총리중 하나로 지명해 놓은 이광요는 『국가가 필요로 할 경우에는 무덤에서라도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2선후퇴의 「속뜻」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유의 퉁명스런 말투로 『지도자는 연약해서는 살아 남을 수 없다』고 강조해온 이광요가 총리직 사임 이후에도 「소국의 대정치인」이라는 지금까지의 평가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의 거취와 행보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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