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티민스키와 대결【바르샤바=강병태특파원】 자유노조 지도자 레흐·바웬사와 캐나다 이민출신 기업인 스타니슬라프·티민스키가 내달 9일 실시될 폴란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25일 실시된 폴란드 대통령선거 초반 개표결과 바웬사 후보는 40.45%를 획득했으며 최종결과로도 과반수 득표가 어려울 것이 확실해 23.05%를 얻은 차점자 티민스키 후보와 결선투표를 벌이게 됐다고 폴란드 관영 PAP통신이 26일 공식 발표했다. 타데우스·마조비에츠키 총리는 예상외로 부진,16.46%로 3위에 그쳤으며 최종 결과는 27일에 공식 발표된다.
○투표율 64∼70% 될듯
○…이번 선거의 비공식 투표율은 64∼70%로 지난 5월 지방의회 선거때의 42%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역사적사건」이었음을 여실히 증명.
바웬사측은 『바웬사는 1차투표 결과에 대해 실망하지 않고 있으며 2차투표의 도전자가 아직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급한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
○바웬사 축제계획 취소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장담했던 바웬사는 즉각적인 논평을 거부한 채 투표종료와 함께 그다니스크의 자유노조본부 발코니에서 행할 예정이던 승리 축하연설과 샴페인 축배 및 불꽃놀이 등 축제계획도 취소하고 자택에 머물기로 결정.
○“자유노조 정신 패배”
○…개표결과 티민스키가 「예상외로」 2위를 차지하자 티민스키를 지지한 유권자들조차 놀라움과 충격을 표시.
그는 현재 마조비에츠키 총리에 대한 중상모략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이곳 언론들은 그를 「미치광이」「거짓말쟁이」 등으로 표현하기도.
바웬사측 한 간부는 이번 선거결과는 바웬사와 마조비에츠키 모두의 패배이자 자유노조 정신의 패배라고 규정.
○“바웬사 낚시나 가라”
○…티민스키는 26일 바르샤바 문화궁전에 있는 자신의 선거운동 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내달 실시될 결선투표에서의 승리를 호언.
그는 바웬사가 선거직전 『티민스키나 전공산당원 후보와 대결하느니 차라리 결선투표 참가를 포기하겠다』고 한 발언을 환기시킨 뒤 『약속대로 바웬사는 낚시나 하러가라』고 꼬집었다.
○마조비에츠키 곧 사임
○…티민스키의 돌풍에 휘말려 결선투표 진출이 좌절된 마조비에츠키 총리는 25일 『총리직에 남아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나는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할 경우,즉각 총리직을 사임할 것이라는 점을 누차 밝혔었다』며 곧 총리직을 사임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는 『폴란드가 당분간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까 우려된다』며 폴란드 국민의 선택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
◎폴란드 개혁 가속화 전망(해설)/바웬사 광범위한 지지… 이변 없는한 집권/민주세력 반목시정등 국민화합이 숙제
바웬사는 비록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전국적으로 지역 연령 직업에 관계없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은 것으로 확인돼 2차투표에서 이변이 없는한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따라서 그동안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했던 바웬사는 정치전면에 나서 폴란드를 과감하게 개혁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바웬사는 우선 자신과 대통령직을 다투었던 마조비에츠키 현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그동안 처리를 미루었던 과거 공산주의체제의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고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분야에 걸쳐 민주주의의 조속한 정착과 함께 국민생활 향상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마조비에츠키 총리가 지금까지 안정위주의 점진적인 개혁과 정부운영 및 경제정책 등으로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것으로 볼 때 바웬사의 정책노선은 자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마조비에츠키 총리는 정치적으로는 구 공산체제의 관료들을 정부에 그대로 기용해 왔고 경제분야에서도 물가인상 임금억제 국영기업체의 사유화 부진 외국 농산물의 과다한 수입 등으로 노동자 농민 등 서민층의 심한 반발을 사왔었다.
바웬사는 정치면에서는 자신이 평소 주장해온 실질적인 민주화작업을 별 장애 없이 실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경제분야에서는 일단 마조비에츠키 정부의 충격요법식 개혁정책을 그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바웬사가 현 정부의 부총리겸 재무장관인 발세로비치를 총리에 임명하겠다고 공약했을 뿐 아니라 그의 개혁프로그램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서 쉽게 판단된다.
다만 노동자·농민 등 서민층의 불만인 임금인상 억제 및 외국 농산물 수입 등의 경제정책 일부를 수정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지 언론과 일부 지식인들은 바웬사의 등장이 폴란드의 장미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선거전을 통해 민주화의 양대지주였던 바웬사와 마조비에츠키 양 진영이 모두 치유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입었고 국민들 역시 체제전환의 초기 진통에 지쳐 정신적 안식처를 찾지 못한 채 집단적 병리현상을 보였다는 부정적 결과를 낳았다.
특히 티민스키 후보의 2차투표 진출이 이같은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폴란드 역사상 최대의 수치」란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폴란드의 민주주의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지적,국민들의 「심리적 병」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대응을 촉구했다.
바웬사는 1차투표의 이변에도 불구,2차투표에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미 그의 신화적 지도력이 엄청나게 손상됐기 때문에 2차투표에 앞서 보다 구체적인 개혁프로그램과 방향제시를 못할 경우 고전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노동자 농민계층과 지식인간의 계급적 단층과 과거 민주화 투쟁세력간의 분열 반목상을 시정,국민들을 「통합」의 길로 이끌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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