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고과다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와있다. 안정적인 생산기반확충으로 쌀생산은 안정궤도에 들어간 반면 소비는 국민생활패턴의 변화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수매해 창고에 보관하다보니 정부재정에 무거운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쌀 과다재고문제에 대한 시각도 일치하지 않는다. 쌀이 남아돈다는 말은 과장,단견이라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근본적인 해결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도 무성하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담아본다.<편집자주> ◎학교급식·가공식품등 확대를/소비수준맞게 생산조정도 병행/실태홍보… 정책신뢰 회복돼야 편집자주>
쌀이 공급과잉되어 걱정이란다. 이 배경에는 국민들의 식생활양식의 변화로 쌀소비량은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생산은 10년 연속 풍작을 기록하면서 재고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있다.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은 80년대에 들어와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나타냈다. 1979년의 1인당 소비량은 135.6㎏이었으나 금년에는 119.5㎏ 수준으로 전망된다. 쌀소비감소의 주요요인으로는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른 식품소비구조의 고급화,다양화 및 서구화현상을 들 수 있다. 즉 식품소비구조가 곡류중심에서 육류,낙농제품 등 단백질식품과 채소 과일류 등 신선식품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고,쌀부족시기에 장려했던 가공식품의 소비가 다양화되어 가면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인구구조의 측면에서 쌀소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농촌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젊은 세대들의 쌀소비도 낮은 경향에 있다.
쌀생산은 1980년 냉해로 인한 최악의 흉작을 경험한 이후 금년까지 10년 연속 풍작을 기록했다. 금년의 생산량은 3천8백92만석으로 작년보다 2백만석 감소하였지만,계획량보다는 93만석이 증가한 수준으로 평년작을 웃돌았다. 식부면적의 증가없이도 생산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주요요인으로는 농촌용수개발 및 경지정리사업 등을 통한 생산기반의 확충,다수확 신품종의 개발 및 보급,비료 농약 등 농용자재의 증가투입과 영농기술의 향상 그리고 정부수매에 의한 안정적 판로로 농민의 생산의욕이 고취될 수 있었음을 들 수 있다. 1985년 이후 현재까지의 생산추세로 볼때 우리의 쌀생산기반은 3천8백만석 정도는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소비 및 생산추세속에서 양곡연도말 재고는 급격한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1988년 및 89년산 쌀의 대풍으로 인하여 재고의 증가가 뚜렷하다. 지난 10월말 현재 재고는 사상 최고치인 1천3백12만석 수준으로 추계되어 있으며 이는 1년 소비량의 ⅓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 3년간의 수급구조 및 재고추이를 볼때 쌀이 생산과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5년 또는 10년간의 추이를 볼때 이제 자급수준 또는 수급균형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의 추세이다. 따라서 쌀이 남아 돈다고 걱정하는 것이며,양곡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쌀소비가 감소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추세속에서 감소하고 있는데 비하여 생산량의 변화는 크다. 1980년의 흉작과 1988년의 대풍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생산측면을 고려하여 정부가 상시 비축해야할 물량을 확대시킬 필요도 있으며,이는 식량안보기능의 강화를 위해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쌀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수급불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를 확대하거나,소비수준에 맞게 생산조정을 하거나,두가지 모두 병행하는 방법이 뒤따라야 한다. 소비확대를 위해서는 학교급식의 확대,가공식품수요의 확대,그리고 주부들의 기호에 맞는 청결미의 개발 및 유통량 증대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일본과 대만의 경험에서 보았듯이 소비확대시책이 갖는 한계가 있으며,따라서 수급균형을 위한 생산정책이 주의깊게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추구하는 목표가 아무리 좋다해도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국민경제 및 쌀경제의 실상과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홍보하여 정책의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 이때 비로소 생산자인 농민은 국가경제속에서 농업의 역할을 재인식하고 분출하는 욕구를 자제할 수 있을 것이며,소비자는 생산자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국내산 쌀소비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며,쌀을 둘러싼 문제들도 해결될 것이다.<윤호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윤호섭>
◎밀가루값 올려 쌀경쟁력 높여야/성인병 발생억제 효과 인식/국민건강 차원서 소비장려도
쌀이 남아돈다고 야단이다. 그렇게 어렵게 보릿고개를 넘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쌀이 남아 문제라니 착잡한 심정 금할 수 없다. 80년대 초까지만해도 쌀의 자급은 온 국민이 열망해 온 민족적 염원이었다.
쌀이 남아돈다고 걱정하기에 앞서 지금의 쌀재고가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도 1980년의 냉해피해를 기억하고 있다. 이해의 쌀생산량은 2천4백70만섬으로 자급률은 66.2%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1천5백60만섬을 수입하여 1981년 말의 재고는 1천만섬을 넘어서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이것이 바로 재고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우리가 소위 9년 연속풍년이라고 하는 1981∼89년간의 쌀총생산량과 총소비량을 비교해 보면 생산량이 오히려 70만섬가량 부족하였고 연도별로 자급을 이룩한 해는 3개년에 불과했다. 더구나 흉작인 1980년을 포함하면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이 1천3백만섬이나 부족하였다. 이는 지금의 재고문제가 과잉생산으로 야기된 것이 아니라 80년대초에 과다수입한 쌀이 이월되어 왔기 때문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면 가까운 장래인 1993년을 예로들어 과연 쌀생산이 과잉이 되는지를 알아보자. 지난 5년간의 벼 재배면적과 일반벼 단수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할때 1993년의 쌀생산량은 3천9백만섬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쌀수요량 3천9백66만섬의 98.3%에 불과하며,지난 5년간의 쌀소비 감소추세가 그대로 지속된다해도 이 해의 쌀자급률은 100.1%로 겨우 자급을 달성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쌀이 과잉생산된다는 것은 아직 우리실정에 맞지않는 말이다.
더구나 정부는 절대농지를 풀고 이보다 적은 면적을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논면적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의 양질미선호에 따른 유기농법 등의 도입으로 단보당 수확량의 증가 또한 크게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자급률은 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상이변 등으로 1980년과 같은 흉작이 언제 다시 닥쳐올지 모르는 농업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때 안정적인 자급기반의 구축이 요구된다.
쌀수급에 있어 가장 우려해야 할 일은 쌀소비의 급격한 감소라고 생각한다. 1인당 쌀소비량은 1979년의 1백36㎏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1백20㎏에 불과했으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농협이 주최한 『쌀을 알자』라는 심포지엄에서 발표된바에 의하면 쌀은 영양면에서 밀가루보다 훨씬 우수한 동시에 성인병이나 대장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등 건강측면에서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그동안 우리는 쌀의 가치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했음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쌀소비확대는 농가소득원의 확보라는 차원에서만 아니라 국민건강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재조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과 대만의 경우 쌀소비촉진의 기회를 놓치고 뒤늦게 많은 예산과 노력을 기울였으나 가속적인 소비감소추세를 완화시키지 못한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크다. 과거 잘못 형성되었던 쌀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동시에 학교급식의 확대를 통해 어린학생들에게 전통적인 식습관을 길러 주어야 한다. 아울러 지금까지 쌀소비촉진의 걸림돌이 되어온 쌀과 밀가루가격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쌀값에 대한 밀가루가격의 비율(1988년기준)이 21.6%로 일본의 42.6%나 대만의 54.6%보다 현저히 낮아 쌀이 가격경쟁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상대적으로 값이 싼 밀가루가격을 조정하되 일본 대만과 같이 수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액은 농업생산에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이내수 농협중앙회조사부장>이내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