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대학교수들이 정부의 세제개혁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이를 철회해달라는 집단의사를 표시하더니,어저께는 재야 종교계 노동계 농민 야당인사 등 5백여 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같은 의사표시는 전에도 있었던 것이어서 새삼스러운 현상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집단의사가 여론에 투영되는 비중이 늘기 시작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여 뒤숭숭하다. 민심이반현상이 깊어지면 난국을 수습하기가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우려가 앞선다.우리는 우선 나라형편을 걱정하고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우국충정이 깔린 재야의 시국선언이 시의적절하게 나왔다는 점에서 큰 관심를 두고자 한다. 그러나 난국타개책으로 제시한 몇 가지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음을 먼저 분명히 해둔다.
전체적으로 반정부적인 입장에서 양분법에 의해 선·악과 긍정·부정의 논리를 편 부분과 주한미군과 핵의 철수,남북대화에 있어 정부를 통한 현재의 창구일원화를 폐지하고 통일논의와 운동을 자유화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은 수긍할 수가 없다. 그러나 오늘과 같이 어렵고 심각한 시국으로 발전한 원인 중 상당부분은 현정부가 금융실명제 등 많은 집권공약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고,느닷없는 3당통합이 새 정치를 다짐했으면서도 지금까지 해놓은 일이 없다는 지적은 공감을 느낀다.
시국선언의 지적이 없더라도 국민은 정부의 통치력 행사가 우유부단과 실기와 미온적인 대응으로 불신과 불안을 더해주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정치는 오랜 표류와 실종 끝에 간신히 정기국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여야의 당리당략적인 자세로 언제 또다시 좌초될지 모를 상태다. 경제는 우루과이라운드협정과 페르시아만사태에 대비한 정책부재까지 겹쳐 물가앙등과 수출부진으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고 치안은 범죄전쟁 선포에도 아랑곳없이 잇단 강력범죄의 빈발로 불안감만 안겨주고 있지 않은가.
때문에 24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여당 의원이 오늘의 시국상황을 불안,불신,불만의 3불시대라고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노태우 대통령의 5년 단임임기도 금년을 넘기면 후반기로 접어들게 된다. 나라의 형편이 정상적이라면 그 동안의 통치내용과 실적을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노 대통령에겐 결코 시간이 많지가 않다. 무엇보다 지난 선거 때 각 분야별로 내세웠던 공약을 최대한 실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민자당도 오랜 내분 끝에 일단 수습이 됐고 또 김영삼 대표도 국회연설에서 앞으로 과감한 국정개혁을 펴나가겠다고 한만큼 이를 한낱 낱말로만 끝내지 말고 정치 행정 경제 사회 교육 치안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불합리와 비민주적 요소를 과감히 척결하고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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