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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버린 「접수 2호」/“1호면 합격이라는데…”(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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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버린 「접수 2호」/“1호면 합격이라는데…”(등대)

입력
199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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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상오9시10분께 서울대 체육관 3층에 마련된 입학원서 접수창구 앞에서는 미대 조소과를 지원한 김모양(17·서울 S여고 3)이 울먹이고 있었다.서울대에 맨먼저 원서를 낸 수험생은 모두 합격했다는 말을 듣고 새벽일찍 도착했으나 미리 작성해온 OMR카드(전산처리용 신원카드)를 최종 확인하다가 시간이 지체돼 둘째가 돼버리자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김양은 새벽5시30분에 일어나 부모와 함께 6시에 도착,추위에 웅크린채 기다리다 접수가 시작되는 상오9시께 맨먼저 체육관에 들어갔다. 대학측이 혼잡을 막기위해 원서를 가진 사람에게만 출입을 허용하자 아버지(53·사업)가 원서를 내겠다고 나섰으나 김양은 직접 내겠다고 고집했다.

그러나 1층에서 OMR 카드를 확인하며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나중에 온 아저씨가 먼저 접수창구로 올라갔다.

김양이 부리나케 뛰어올라 갔을때 다행히 그 사람은 조소과가 아닌 동양화과에 원서를 내고 있었다.

김양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첫번째로 조소과에 원서를 냈다. 미대 응시생들에게는 첫번째로 원서를 낼 경우 실기고사를 치를 때 모델의 가까운 측면에 앉게돼 데생을 하는데 유리하다는 속설이 펴져있다.

중학교때부터 조각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온 김양은 1점이라도 더 따려는 마음에서 「접수 1호」가 되려했던 것이다.

그런데 동양화과 접수창구의 직원이 『이 분도 조소과 지원인데 잘못냈다』며 조소과로 원서를 넘기는 바람에 김양은 홍모양(18·서울 Y여고 3)에게 접수 1호를 넘겨줘야 했다.

김양은 입시에서 떨어지기나 한 것처럼 낙담한채 울먹였다. 『추위에 떨며 고생한 보람이 일순간에 사라진 것을 생각하니 너무 속상했다』는 것이다.

한동안 울고 있던 김양은 『남은기간에 마무리 정리에 최선을 다해 꼭 합격하겠다』고 다짐하며 부모와 함께 돌아갔다.

이를 지켜보던 창구직원은 『우스운일로 보이겠지만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면 접수순서 때문에 울었겠느냐』며 『또 한번 입시전쟁을 치를 생각을 하니 나부터도 답답해진다』고 말했다.<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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