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책임” 공감 상대자극 피해/개혁필요·지자제 당위성 일치/3당합당 공과·난국원인등엔 시각차 여전파행정국의 정상 진입을 확인시켜 주는 국회의 정당 대표연설은 현격한 시각차를 노정시켰던 과거의 경우와는 달리 상당한 합일점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우선 두드러진다.
김영삼·김대중 두 김씨는 정치력 복원과 정치에 대한 신뢰회복이 급선무라는 공동인식 아래서 내각제개헌의 사실상 포기와 지지제 실시의 당위성에 견해를 같이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김 민자대표는 『여야는 수레를 끌고가는 두 바퀴와 같은 존재임을 깊이 인식해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주장했고 김 평민총재는 『진심으로 화해와 협력을 통해 정국을 꾸려나가겠으며 평민당을 대표해 화해의 손길을 보내고 협력의 제안을 한다』고 말했다.
두 김씨가 3당합당을 계기로 여야라는 서로 다른 진영에 몸을 담고 있지만 정국인식에 있어 상당부분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은 퍽 흥미롭다.
특히 두 김씨의 이같은 호흡일치가 지난달 김 평민총재의 단식중에 이뤄졌던 50여 분간에 걸친 단독요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이 있고 보면 앞으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두 김씨는 물론 3당합당의 공과와 정치적 난국의 원인규명 등에 대해서는 사안의 성격상 견해를 달리했지만 민주화를 완성하기 위한 개혁조치의 필요성과 안기부와 보안사 등 공안기관의 체질개선,왜곡된 경제구조의 시정 등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두 김씨가 9개월 전에 있었던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의 정당 대표연설에서 3당합당을 주요쟁점으로 해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런대로 합일점을 찾은 이번의 대표연설이 시사하는 바는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정가 일각에서는 두 김씨가 「경쟁과 협력」이라는 옛날의 관계를 되찾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민자 대표는 3당합당으로 안정된 정치적 구심체가 형성돼 국정운영의 축이 구축되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세력이 합치다 보니 과도기적 진통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합당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음을 솔직히 시인했다.
김 대표는 『3당합당 후의 지난 열달이 30년 이상의 오랜 정치생활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3당합당 자체에 대해서는 『열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합당의 결단은 옳았고 시의적절했다고 확신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대표는 심기일전의 자세로 정국운영에 임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뒤 새 정치의 출범을 통해 노태우 대통령의 임기후반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보다 많은 업적을 올리고 집권 후반기를 훌륭히 마무리 해 민주화의 뿌리를 내리고 통일을 앞당긴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민자당 내분 및 후계구도에서 행사할 노 대통령의 영향력을 감안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내각제개헌의 사실상 포기와 지자제 실시 보장 등 주요현안이 해결된 바탕 위에서 앞으로의 초점이 국정전반에 대한 자체개혁에 모아질 것임을 분명히했다. 그가 국가보안법과 안기부법의 전향적 개정 및 국군보안사의 기능조정과 명칭변경 등을 약속한 것은 여권에 있는 그의 위상을 감안하면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김 대표의 연설은 특정현안에 대한 구체적 입장표명이 없는 가운데 원론적인 언급의 수준에서 포괄적인 애기를 주로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는 3당합당 이후 민자당이 구조적으로 안을 수밖에 없는 의사결정 과정의 복잡성에서 유래되는 측면도 크다.
김 평민총재의 연설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지역감정에 대한 정면공세이며 이를 해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이다.
김 총재는 『지역감정이야말로 박정희씨 등 역대 군사독재정권이 남긴 최대의 악의 유산』이라고 전제한 뒤 『망국적인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부끄럼없는 노력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모든 힘을 다바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정면으로 분쇄하겠다』면서 영광·함평 보궐선거에서의 이수인 의원 공천을 상기시킨 뒤 『후보자의 출신에 따라 표를 주면서 어떻게 좋은 정치를 기대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총재가 3당합당 이후 지역감정에 대한 정면대응태세를 뚜렷이 하고 있는 것은 그의 대권전략에 있어 지자제 실시와 함께 지역감정 극복이 최우선 목표임을 말해주고 있다.
김 총재는 내각제개헌의 포기와 지자제 실시를 당연지사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날 연설의 초점을 지역감정 해소 등에 맞출 수 있었던 것 같다.
따라서 김 총재의 이날 연설이 「화해」 「협력」 「용서」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등 유화색채를 띨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김 총재의 지난 봄 이미 밝힌 바 있지만 평민당의 독자적인 방북 대표단 파견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방북의사를 거듭 천명한 것도 개헌 등의 급박한 문제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민방선정의 백지화,노 대통령의 금년 방소,유엔 단독가입,차세대전투기 구입,이중곡가제 폐지 등 실무현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김 총재가 주요 실무현안에 모두 반대한 것만은 아니다. 그는 미국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공고히하자고 주장했고 헌법재판소 기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이병규 기자>이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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