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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폴란드 총선… 강병태특파원 현지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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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폴란드 총선… 강병태특파원 현지 르포

입력
199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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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웬사 대통령 당선 이미 확정적/혁명 완성할 강한 지도자 원해/마조비에츠키 계속 열세… “견제발판 만족”/“내 손으로 직접 뽑는다”…동구에 새 이정표동구 반공산혁명의 기수였던 폴란드민중은 오는 25일 동구민주화에 또 하나의 선구적 이정표를 세운다.

이날 3천6백만 폴란드인들은 장구한 폴란드역사상 처음으로 직접 국가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을 뽑는다. 이 직선 대통령선거는 폴란드뿐 아니라 민주화된 동구권 전체에서 최초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폴란드 민중들에게 한층 큰 의의는 진정한 「민중의 지도자」인 자유노조지도자 레흐·바웬사를 자신들의 손으로 대통령으로 뽑는다는 데 있다. 공산압제와 권위에 대한 오랜 투쟁과 고난의 시절을 일관해온 「민중의 지주」였던 바웬사의 대통령「옹립」은 폴란드 민중에겐 그 반압제·반권위 투쟁에서의 최종적인 승리를 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대통령선거일을 이틀 앞둔 23일 수도 바르샤바는 일견 혼미한 듯한 선거전 양상에 비해 초반의 열기가 가라앉은 분위기다.

여론지지도 조사결과에 관계없이 바웬사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후보등록마감과 함께 선거전이 공식 개막되기 수개월전부터 폴란드인들의 일상대화를 지배했던 「바웬사­마조비에츠키」간의 열띤 지지논쟁도 지금은 잦아들었다. 바르샤바 거리와 식당 등에서 폴란드인들에게 선거얘기를 건네보면 『바웬사가 당선될 것』이라는 데 전망이 모아질 뿐이다.

저녁 8시 메인 뉴스보도에 이어 방송되는 후보자들의 TV선거광고도 이미 유권자들의 관심을 벗어난 듯 했다. 호텔로비의 폴란드인들이나 거리의 TV상회 앞을 지나는 시민들도 선거광고보다는 새로운 서방 전자제품 광고에 시선을 기울이고 있었다.

선거초기 백중세를 보였던 바웬사와 마조비에츠키 총리에 대한 여론지지도는 지난주 대체로 바웬사 30%선,마조비에츠키 20%선으로 굳어졌다.

이 두 후보외 다른 4명의 「들러리」후보중 캐나다거주 교포기업가인 티민스키후보가 지난 주말부터 갑자기 상승세를 타기 시작,마조비에츠키의 지지도를 능가하는 「이변」을 보이고는 있다. 이 때문에 바웬사와 티민스키간의 결선투표등 막바지 파란을 예견하는 시각도 있다.

21일 보도된 관영 레스폴리 폴리타지의 여론지지도 조사결과는 바웬사 27%,마조비에츠키 17%에 티민스키 20%로 나타났다. 마조비에츠키 총리의 당선가능성을 포기한 중산층 지지계층이 「자본주의 전문가」인 티민스키쪽으로 쏠리는 듯한 현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여론지지도의 변화는 대체로 선거결과와는 무관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지난 18일의 한 여론조사에서 바웬사의 승리가능성은 90%로 나타났었다. 반면 마조비에츠키는 34%,그리고 티민스키는 6%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관련,바르샤바 보이스지의 논평가 안드르제이·고스친스키는 선거전 초반의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과 열띤 논쟁을 우선 처음으로 지도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된데 따른 「흥분」탓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오랜 투쟁의 동반자였던 바웬사와 마조비에츠키중 한명을 선택해야 하는 「당혹감」이 선거열기를 고조시켰다는 것이다.

두 후보들이 선거전에 내놓고 있는 정책에는 기본적 차이는 없다. 다만 현직 총리 마조비에츠키가 안정속의 점진개혁을 강조하고 있는데 비해 바웬사가 공산잔재 척결등 단호한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정치적 거인」 바웬사에게 이미지면에서 명백한 열세에 있는 마조비에츠키 진영은 바웬사의 「독재가능성」을 주된 쟁점으로 삼고 있다.

마조비에츠키 진영인 아담·미흐닉 가제타 비보르차지 편집장은 바웬사의 「무지」와 「독단」 등을 이유로 『바웬사는 결국 강권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기명기사를 써 충격파를 몰고 왔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웬사에 대한 이같은 「악인화」공세는 서방언론의 가세로 한층 확대돼 외부에 비쳐졌다고 할 수 있다.

인접 독일등 서구국가들도 실제 마조비에츠키측을 음양으로 지원하고 있다. 「폴란드민족 재생」을 외치고 있는 바웬사의 민족주의 성향을 꺼려 우익성향이 보다 짙은 마조비에츠키의 대통령집권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폴란드자체로 볼때 두 사람간의 대결은 노동자·농민계층과 지식인·중산층 세력간의 「계급투쟁」적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 지식인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언론이 바웬사에 호의적이지 못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제 언론역시 25일의 1차투표에서 바웬사가 과반수득표를 넘어 압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관측을 점차 내놓고 있다. 폴란드과학원 정치학 연구소의 제리 호프스키 박사는 『마조비에츠키 진영도 당초부터 바웬사의 집권 후 견제기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선거유세전에서 마조비에츠키 총리는 애드벌룬과 밴드 등 서구식 유세기법을 동원하면서도 개혁의 어려움을 강의식으로 나열,유권자의 다수인 근로계층에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바웬사는 「반공산혁명 완성」을 웅변,개혁의 가속화를 바라는 민중의 지지를 굳히고 있다.

TV광고에서도 바웬사는 전세계 주요지도자들과 만나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 장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광고속의 만화에서 마조비에츠키는 「거인」 바웬사앞의 「난쟁이」로 묘사되고 있다.

폴란드 자유노조 「솔리대리티」는 공산체제에 대한 민중의 저항과 승리를 선도해 오면서 공산종주국 소련까지를 포함한 공산권개혁의 등불역할을 했다. 민주혁명의 완성을 이끌 강력한 지도자를 기대하는 폴란드민중은 지금 다시 바웬사에게서 그 역할을 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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