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철은 이제 콩나물 시루가 아니라 두부짝이 돼버린 지 오랩니다. 승객을 터진 두부 정도로 보고 깔아 뭉개는 것이 준법운행이고 수도권 교통대책입니까』「준법운행」으로 자구책을 구하려 했다는 철도청 승무원들의 집단행동은 오히려 시민들의 집단폭행을 유발하고 기물이 파괴되는 또다른 탈법적 사태를 낳고 말았다.
21일 밤 구로역 구내에서 K511 전동차의 승객들과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차장과 개찰직원을 폭행하고 유리를 깨는 등 서울시내 몇몇 전철역 구내에서 폭발한 승객들의 분노는 평소처럼 운행이 재개된 22일에도 구로역 개표부스에 깨진 채 남아 있는 유리조각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구로역사 기관사·열차사무소의 기관사와 차장들은 22일 상오 벽에 나붙은 자신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자는 내용의 대자보를 쳐다보며 삼삼오오 모여 간밤의 일을 되씹고 있었다.
『철도청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동료 1명이 형사입건된 마당에 우리들은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17일 청량리 역구내 사고로 경력 7년의 동료 임대선씨(32)가 입건되자 차장들은 19일 비상총회를 열고 『그렇다면 84년의 철도청 지시대로 곡선승강장에서는 정시운전이 안 되더라도 승객들의 승·하차 여부를 직접 내려서 확인하자』는 결의를 했다.
이들은 결의대로 운전시각 표상의 정차시간 30초를 넘겨 4∼5분씩 지체하며 『안전확인중』이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했다.
하지만 퇴근시간의 승객들은 열차 1량에 정원의 3∼4배가 되는 5백∼6백명을 태우고 계속 터진 두부를 쑤셔넣듯 승객들을 태우면서도 열차가 출발하지 않자 쌓여온 짜증과 분노를 터뜨렸다.
경기 부천시 역곡동에 사는 신모씨(30·회사원)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지연운행한다는 차내방송이 시민들을 조롱하는 것처럼 들렸다』면서 『이유를 잘 모르는 승객들이 흥분한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시민들이 진정으로 깨부수고 싶어한 것은 일개 열차나 역사의 기물 또는 유리가 아니라 대책없는 수도권 교통 그 자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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