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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혁 「동사」막자”긴급수혈/서방 대소 대규모 식량원조 결정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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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혁 「동사」막자”긴급수혈/서방 대소 대규모 식량원조 결정안팎

입력
199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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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질서에 개혁성공 필수” 판단/「국제지지」로 고 국내입지 강화/파국 면해도 보혁협공·경제난 따른 진통 계속될 듯서방 선진국들이 소련의 「겨울나기」를 적극 지원키로 결정한 것은 세계질서 재편 과정 속에서 소련 개혁정책의 성공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재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유럽안보협력회의(CSCE) 폐막 직후 서방측은 정치·경제개혁을 추진중인 소련이 올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소련에 식량등의 원조를 제공할 것을 명백히 했다.

겐셔 독일 외무장관은 유럽공동체(EC)가 10억달러 상당의 식량을 조속히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고 한편 더 나아가 다음달 로마에서 열리는 EC 정상회담에서 대소 지원문제가 중점 논의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부시 미 대통령도 소련에 대해 식량원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으며 멀로니 캐나다 총리는 소련이 필요한 식료품 목록이 서방측에 이미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서방측의 조치는 지금이 본격적인 대소 경제지원의 「가장 시급하고도 적절한 시기」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소련의 개혁으로 유럽배치 재래식전력(CFE) 감축협상이나 CSCE가 성공적이었다면,앞으로도 이를 바탕으로 한 세계의 안정과 평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현 소련 및 동구의 구조가 급변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련 경제의 회복이 급선무라는 것이 이번 CSCE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이제 각국간 이념의 장벽은 없어졌지만 새로운 「빈부의 장벽」이 생겨나고 있다는데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식량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 부족현상의 심화와 개혁·보수파로부터의 맹공으로 집권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는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으로서는 올 겨울의 「살인적인 추위」를 어떻게 견디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개혁의 방향 및 성패여부까지도 결정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최근 『향후 18개월간이 소련의 장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을 수차례 강조했으며,지난주 최고회의 연설을 통해서도 이 점을 재강조했다.

소련의 식량부족 현상은 날로 악화돼 이젠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고 자칫하면 큰 혼란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련이 서방측에 제시한 긴급 원조요청 목록은 돼지고기·쇠고기·밀가루·버터·분유·땅콩기름 등이지만 이외에도 휘발유·야채·과일·소금·설탕·식용유·계란·술·담배·의복 등 거의 모든 부분이 절대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이라는 「혁명적 기간」중에 나타나는 과도기적 모습이라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소련의 소비재 품귀현상은 올해초 일부 시민들이 물건이란 물건은 모두 사들이는 「사재기 열풍」이 있은 후부터 악화되기 시작했는데,그것은 시장경제로의 이행에 따른 물가급등 우려와 시민들의 풍부한 루블화 보유,정부 경제정책의 표류 등이 함께 엮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생필품 부족은 국민생활에 가장 직결되는 것이고,「논리」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부분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개혁·개방정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종 정치·경제적인 제도 마련이나 개선 등도 물론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개혁에 따른 인플레나 혼란 등 많은 부작용을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충분히 알고 있는 고르바초프는 개혁·보수파를 상대로 소련 장래의 청사진을 어떻게 그리느냐를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는 한편으로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는 「따뜻한 겨울」을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고르바초프가 이번 CSCE 개최전부터 구체적인 식량원조를 서방측에 요청했던 사실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서방측의 이번 대소 경제원조는 일단 고르바초프의 국내입지가 흔들리지는 않게 만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대소 경제지원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나라까지도 포함된 이번 서방의 식량원조는 국제사회의 고르바초프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개혁·보수 양파의 고르바초프 비판강도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일반 국민들에게는 더이상의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심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서방측의 대소 경제지원 「불가피성」을 간파하고 있는 고르바초프는 그동안 서구측에 「당당하게」그리고 「무상이 아님」을 거듭 강조,스스로의 권위를 한층 높인 셈이다.

그러나 갈수록 날카로워지면서 무게를 싣고 있는 개혁파의 비판과 끈질긴 저항을 계속하고 있는 보수파의 도전 및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 등으로 고르바초프의 앞날이 당장 밝아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다음달의 로마 EC정상회담 결과와 소련이 얼마나 국민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느냐가 당분간 소련의 진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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