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감안·당 내분방지 멋진 선택/실업 등 영국병 치유… 최근 경기침체·주민세 파동 곤욕/후임 허드 유력… 조기총선 미지수20세기 들어 최장인 11년6개월 동안 영국을 통치해온 마거릿·대처 총리가 끝내 사임을 택하게 된 것은 현 상황에서는 그같은 충격요법만이 최선책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처 총리는 지난 20일 파리에서 보수당 당수 경선 1차투표 결과를 보고 받고는 즉시 2차투표에의 참가를 공식 선언할 만큼 자신만만 했었다.
그러나 런던에 돌아와 측근들과 회담하고 여론 등을 분석한 결과 그녀는 이제 자신이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즉 계속 당수직을 고집할 경우 보수당의 내부분열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그것은 곧 향후 총선에서의 패배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은 것 같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와 지방의회 선거에서 야당인 노동당이 계속 앞서온데다 이번 사태를 놓고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대처 총리의 「명예퇴진」을 적극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 점은 그녀가 사임을 발표하면서 『당의 단합과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라고 밝힌데서 명백해진다. 대신 대처 총리는 대처리즘을 지속시키고 노동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제2선으로 물러나 측면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처 총리는 더글라스·허드 외무장관이나 존·메이저 재무장관을 지지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녀의 철저한 추종자인 허드 외무장관이 더 유력한 편이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인 대처는 지난 79년 급진우익세력의 후원으로 정권을 잡은 이래 ▲조세감면 ▲노조세력 약화 ▲국영기업 민영화 등으로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유,그동안 높은 인기를 누리며 장수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 ▲경제침체 ▲유럽통합에 대한 소극적 태도 ▲주민세 신설등으로 위기에 몰린데다 당내에서 마저도 그녀에게 등을 돌리는 세력들이 갈수록 많아져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됐다.
더욱이 전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성공은 더이상 영국이 유럽과 일정한 거리를 둘 수만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때문에 90년대라는 전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분위기가 영국내에서 팽배해진 것도 대처로 하여금 사임이라는 쓴잔을 마시게 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영국의 경제는 바닥권에서 허덕이고 있다. 실업률은 87년 10.6%에서 5.9%로 떨어졌지만 인플레는 4.2%에서 10.9%로 두배이상 뛰었고 경제성장률은 4.5%에서 1%로 급락했다.
이러한 경제침체는 대처의 옹고집적인 대 유럽정책 때문이라는 비난이 고조됐었다. 지난 1일 부총리직을 전격 사임한 제프리·하우는 『만일 영국이 5년전에 유럽환율제도에 참여했다면 지금과 같은 고인플레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27일 실시되는 2차투표에는 1차투표에서 대처에게 일격을 가했던 마이클·헤슬타인 전국방장관과 허드 외무장관 및 메이저 재무장관이 3파전을 벌일 전망이다.
결과는 예측하기가 힘들지만 누가 당선되든지간에 영국의 대내외정책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게 될 것만은 거의 확실하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대 이라크 정책이다. 영국은 페르시아만사태 발생 이후 미국과 더불어 초강경 자세를 견지해 왔다. 그러나 헤슬타인은 이전부터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유지」보다는 영국이 유럽내에서 적절한 위치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허드나 메이저도 철저한 대처계라 할지라도 지금과 같은 강경입장을 계속 유지하기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오는 92년 6월까지는 총선을 실시해야 된다. 현재 야당인 노동당의 내각 불신임안이 의회에 제출되어 있지만 보수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조기 총선의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임 결정이 불신임안을 다룰 의회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발표되었다는 점과 노동당의 끈질긴 요구 및 국민여론 등에 따라 당수선출 직후의 총선실시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다.
대처 총리가 이번 내린 단호한 결정은 「철의 여인」이라는 그녀의 이미지를 재삼 전세계에 확인시켜 주는 한편 「철도 때가되면 녹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있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영 국민들 환영·아쉬움 반응 교차/런던주가 무려 32.5P나 올라
○…「철의 여인」답게 집권기간 동안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했던 대처 총리의 사임에 대한 영국내의 반응은 애증이 점철된 다양한 형태로 표출.
로번트·런시 켄터베리 대주교는 『그녀는 강하고 용감한 총리로 항상 기독교 신앙에 따라 행동했다』고 아쉬움을 표시.
소수당인 자민당 당수 패디·애시돈은 『대처의 사임은 한시대의 종언을 뜻한다』고 대체로 환영하는 빛.
그러나 운송노조위원장 론·토드는 『대처시대는 하나의 악몽이었다. 구조적인 대량실업과 1백만 노동자의 빈곤 가속화,제조업의 붕괴와 반노동자정책으로 특징지어진 지난 10년이었다』고 신랄히 비평하기도.
한편,대처 총리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이날 상오 런던동물원에서 도토리나무를 심고 있던 헤슬타인 전국방장관은 『그녀는 영국역사에 괄목할 만한 공헌을 했다』며 대처의 용단을 찬양.
○…런던 증권거래소의 주가는 대처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급등세로 반전.
런던 주가지수는 1.7포인트 하락중이었으나 뉴스가 전해지면서 즉시 32.5포인트가 뛰기도.<외신=종합>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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