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대 국회의원으로 경제과학위원장까지 지냈던 정치인 염길정씨가 최근 시인으로 변신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염씨는 최근 창간된 순수문예지 「문학세계」의 신인상에 응모,「동녘바다에서」 등 3편의 시로 당선되어 시인으로 데뷔한 것이다.우리나라에서는 보기드문 희귀한 변신이어서 화제가 되는 것 같다. 과거에도 시인이 가끔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일은 있었지만 정치인이 시인으로 변신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조국을 언제 떠났노/파초의 꿈은 가련하다…」로 시작되는 「파초의 꿈」으로 유명한 민족시인 김동명씨(68년 작고)가 60년 서울에서 참의원으로 당선된 것이 아마 시인이 정치인이 된 최초의 경우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렌의 애가」로 너무나 유명한 여류시인 모윤숙씨(90년 6월 타계)는 8대 국회때 공화당의 전국구의원으로 정치에 손을 댄적이 있었다.
그리고 시인협회장 방송심의위원장 등을 지낸 김춘수씨가 11대 국회에서 민정당의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잠깐 발을 들여놓기도 했었다.
현재의 13대 국회에서는 서울 양천갑구에서 당선된 평민당의 양성우의원이 있다. 「사랑하는 모국어로 부르짖으며,진달래 진달래 진달래들이 언땅에도/」로 시작되는 「겨울공화국」이라는 시를 발표하여 옥살이를 해야했던 유신 저항시인이다.
양의원의 경우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앞서 언급한 김동명 김춘수 모윤숙씨 등의 정치활동은 이렇다하고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던 것은 정치에 몸담았던 기간이 너무 짧았던 탓도 있을 것이다.
시인이 정계로 들어간 것과는 정반대로 정치인으로 시단에 입문한 염길정씨는 자신의 희귀한 변신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시와의 우연한 만남은 하나의 작은 사고의 다양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스스로 자위해 보는 것이다. 스스로 시를 빙자한 언어의 작희를 삼갈 것이며 시와 시인,시의 세계,모든 시적인 것을 소중히 생각하며 나의 잡문류의 언저리에서 시가 태어날 수 있는가의 시도를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시의 세계를 동경해 왔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의 미완의 시심은 휴화산에 묻혀버렸고 시는 원래 천재들이 천심으로 쓰는 것이라고 체념해 왔었다는 그는 『그러나 시는 시만으로 유아독존할 수 없고 시인은 시인만으로 고고할 수 없으며 시의 세계는 다른 세계와 공존할 때 그 위치가 더욱 빛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 시작활동에 얼마나 진력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각박하고 살벌한 정치판에서 뒹굴다 문득 시의 세계로 들어가는 변신을 시도했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서 맛보기 어려운 산뜻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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