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보수당수 경선 1차투표서 재선 실패/과반수 득표 불구 「56표차」 미달/당내외서 “명예은퇴” 여론 고조/27일 2차투표… 당선돼도 총선전 사임 점쳐「철의 여인」 마거릿·대처 영국 총리(65)가 녹아내리고 있다. 대처 총리는 20일 실시된 보수당 당수경선 1차투표에서 재선에 실패,오는 27일 2차투표에 나서게 됐다.
대처 총리는 이날 보수당 하원의원들의 투표결과 2백4표,도전자인 헤슬타인 전 국방장관(57)은 1백52표를 각각 획득,대처 총리는 당선에 필요한 표수에서 4표가 부족,집권 11년반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대처와 헤슬타인은 모두 2차투표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혀 쉽사리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번 1차투표 결과는 지난 11년반동안 영국을 통치해온 대처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처 총리는 「대처리즘」이라는 독특한 이념을 앞세워 「영국병」 치유에 성공했지만 이제 영국은 그녀를 지난 80년대와 같이 열렬히 필요로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분석이다.
대처리즘의 퇴조는 영국 국내외의 현재 상황으로 보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처 총리는 유럽통합에 대해 언제나 소극적이었다. 그녀는 유럽의 정치·경제적 통합이 영국의 주권과 기득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유럽시장 단일화와 유럽경제통합 등에 번번히 제동을 걸어왔다.
그러다보니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유럽재편 과정에서 독일과 프랑스 등에 이니셔티브를 빼앗겼으며,그 결과 영국의 고립화를 초래한다는 비난이 고조돼 왔다. 지난 1일 대처의 대 유럽정책에 반기를 들고 부총리직을 사임한 제프리·하우 파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최근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영국 경제의 침체와 주민세 등도 국민들로 하여금 대처에게 등을 돌리도록 만들었다.
「냉전이후」의 새로운 90년대에는 강력한 대처리즘이 조류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도 이번 사태 발단에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82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한 포클랜드전쟁이나 최근의 페르시아만사태 등에서 극명하게 나타난 그녀의 강경한 이미지는 부시 미 대통령의 표현대로 「보다 부드럽고 정중한」 90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대처 총리는 2차투표에 나갈 것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그녀가 비록 당수로 재선된다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지도력은 발휘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에 따라 「명예은퇴」를 권유하는 여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의 닐·키녹 당수는 즉각적인 총선실시를 요구하는 한편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대처 지지자들은 그러나 대처리즘을 계속 이어나갈 대리인을 당수로 내세우는 방안을 고려중인데 그녀의 후임으로는 더글러스·허드 외무장관이나 존·메이어 재무장관 등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이번 투표결과는 이제 영국이 대처식의 통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대처가 오는 2차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오는 92년 총선전에 자진 사임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7일 실시될 2차투표에는 추가입후보가 인정되는데 유효투표수의 과반수를 얻으면 당선된다. 2차 투표에서도 결판이 안날 경우는 29일 상위 득표자 3명으로 최종 결선투표를 하게 된다.<이상호기자>이상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