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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실력자의 변/유성식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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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실력자의 변/유성식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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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메드베데프 소련 대통령위원회위원 일행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소 경제협력세미나 참가자를 위한 만찬」은 소련의 엄청난 변화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메드베데프위원은 이번 방한에 양국 정상회담과 관련한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왔다는 점과 함께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지금까지 내한한 소련인사들 중 최고위급이라는 비중 때문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내 정계와 재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까지도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그런데 그는 이날 만찬연설을 통해 최근 소련경제는 더이상 근본적인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다다랐음을 시인했고 개혁을 위한 한국의 경협차관을 『절실하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력히 요구함으로써 이제까지 주로 외신기사 등에 의존해 간접적으로만 접했던 소련경제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었다.

메드베데프는 또 『앞으로 소련은 경제를 탈이데올로기화시킬 것이며 이를 위해 시장경제구조의 정착에 필요한 여건조성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혀 그들의 경제난 해소를 위해 공산주의국가로는 상당히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고 있음을 방증하기도 했다.

이날 그저 의례적인 행사로만 여기고 만찬에 참석했던 대부분의 재계 중진들은 그의 이같이 솔직하면서도 적극적인 「공세」에 다소 의외라는 표정들이었다.

메드베데프는 한국의 경협차관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경제기적은 한국민들의 근면성,교육열,재능 등이 합쳐져 이룩해 낸 성과로 소련에도 모범이 된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앞으로 한국이 전체 아시아지역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임을 확신하게 됐다』 『한국은 이 지역에서 소련의 개혁을 촉진시켜줄 능력이 있는 가장 믿음직한 경협파트너가 될 것』등.

그는 이어 『이런 한국의 재정지원에 소련은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이는 전경련 등 민간경제단체는 물론 한국정부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만찬장을 나서는 재계 중진들의 표정은 처음 입장할 때 만큼 여유가 없어 보였다. 소련의 우리 경제에 대한 과대평가와 자본제공 요구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 것인지가 새삼스럽게 고민거리로 떠오른 2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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