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7월 국회의 말로/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7월 국회의 말로/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11.20 00:00
0 0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말이 있다. 서로간의 이견차가 커 도저히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서로가 합의하지 않기로 의견을 일치시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합의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나긴 진통 끝에 정상화된 국회를 보면서 문득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의 정상운영의 전도가 험난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야간 내년상반기 지방의회 실시등을 약속하고 개회 70일만에 겨우 국회를 정상가동키로 했지만 과연 며칠간이나 정상운영의 합의가 지켜질지 불안하다는 것이다.의원직 사퇴서 제출등 평민당의 강경투쟁으로 내각제개헌 보류ㆍ지자제실시 시기 등을 얻어내고 국회 정상화에 들어갔지만 정상화 후에 처리할 문제가 너무나 크고 많은데다 그 문제들 하나하나가 한결같이 여야간에 의견대립을 불러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는 말이 「정상화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정반대로 들릴 정도로 앞날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1백일간의 회기중 70일을 허송하고 남은 30일동안에 그 숱한 난제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방학중에는 세월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개학을 수일 앞두고 지나간 한달치 일기를 한꺼번에 쓰려는 학동처럼 지각국회는 앞으로 허겁지겁 서둘러야 할 처지에 있다.

이 때문에 벌써 여야는 국회정상화 첫날부터 정기국회뒤의 임시국회 얘기를 하고 있으나 언제 소집할 것인지와 아울러 어떤 안건부터 먼저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 하고 있다. 열려 있는 국회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로 오랫동안 씨름하다가 일단 들어오고 나니까 그날부터 또다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으니 「열려도 걱정 안 열려도 걱정」이고 「들어가도 걱정 안들어가도 걱정」이란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사소한 절차문제에서 이렇게 부딪치는 걸 보면 중요한 본질문제에서 얼마나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할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선 내년 상반기중 실시를 약속했다는 지방의회선거만 해도 그렇다.

의원 정수는 몇명으로 할 것이며 선거구는 어떻게 쪼갤 것인가,지방의회의 기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 기본 골격조차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 사상 최대의 팽창예산이라는 새해 예산심의도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평민당이 지자제와 연계해서 심의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외에도 보안사 및 안기부 관계법안,국가보안법 개정문제,우루과이라운드 대책,농촌문제,민생치안,물가 등 여야가 견해를 달리하는 중요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여야가 제대로 타결을 보지 못할 경우 지난번 7월 임시국회처럼 날치기와 파행으로 끝날 우려도 없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여야는 지금까지의 파행정치의 잘못을 먼저 국민에게 사죄하고 앞으로 남은 단축국회를 대화로 정상운영하겠다는 다짐부터 해야 한다. 그런뒤 지난달의 과오를 반성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지난 7월 임시국회의 말로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