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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 반발에 정부안 후퇴/당정 「추곡수매」결정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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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 반발에 정부안 후퇴/당정 「추곡수매」결정 배경

입력
1990.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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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농민불만 심화”위기감/「차액지급」내세워 수매량 늘려올 추곡수매에 관한 정부확정안은 수매가 인상률을 한자리 숫자로 묶는다는 명분고수를 위해 「차액보상」이라는 새로운 제도까지 동원해 수매물량을 당초계획보다 크게 늘린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만큼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긴축수매를 해서 전반적인 물가압박이나 재정부담을 줄여보겠다는 것이 정부측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다시말해 수매물량을 6백만∼7백만섬 수준으로 억제하고 가격인상폭도 일반·통일벼의 가중평균개념이 아니라 일반벼만을 기준으로 해서도 최대 9%이내로 틀어막겠다는 계산이었다.

노태우대통령도 수확기에 들어서면서부터 틈틈이 이같은 정부방침을 공개적으로 시사,대세는 긴축수매쪽으로 기울어져온 것이 최근까지의 정부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같은 긴축수매방침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흔들리기 시작했다. 집권당인 민자당측이 그 어느해보다도 강경하게 반발,제동을 건 것.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협상 충격등으로 농민들의 대정부 불만심리가 극도로 고조,체제위기 상황까지 치닫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긴축수매정책은 경제논리만을 고집한 나머지 시국을 무시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집권당측은 몰아쳤다.

실제로 올 추곡수매에 관한 농민들의 관심은 유례없이 예민해져 전국 각지에서 볏단 불태우기·수매거부 등 과격한 집단행동의 확산움직임이 심화됐다. 더욱이 지난 7일 함평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민자당측으로서는 내년 지방의회선거등 표밭상실을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

이에 따라 민자당측은 올 추곡수매는 최소한 작년수준으로 유지,수매가 인상률은 적어도 12%이상(일반벼 기준)으로 하고 수매량은 1천만섬이상이 돼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은 이같은 정치권의 거센 입김에 눌려 정부측이 기존입장에서 후퇴,절충을 본 것이 이날 정부확정안이다.

정부측이 당정협의과정에서 특히 집착했던 부분은 수매가 인상률.

정부측으로서는 재정운용ㆍ물가상황 등 전반적인 경제현황도 문제지만,무엇보다도 한자리수 물가안정을 줄곧 견지해온 상황에 추곡수매가 대목에서 후퇴한다는 것은 공약위배일뿐만 아니라 「자존심」이 달린 문제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정협의에서 수매가 인상률을 한자리수로 묶는 대가로 수매물량 측면에서 당의 요구를 수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자리수 억제도 따지고 보면 눈가림식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이날 수매안중 일반벼인상률이 10%로 한자리수를 넘는데 대해 『통일벼의 인상률(5%)과 수매물량 등을 감안해 일반벼와 가중평균을 하면 전체추곡수매가 인상률은 한자리수(10%미만)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는 석연치 않은 「해명」이다. 쌀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사실상 일반벼에 집중되고 통일벼는 정부창고 등에서 사장되고 있는 것이 쌀수급의 현실이고 보면 일반·통일벼 가중평균 개념에 의한 「한자리수」는 사실상 설득력이 없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수매량 1천만섬」대목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수매량 1천만섬중 7백50만섬(통일벼 4백50만섬·일반벼 3백만섬)은 정부가 직접수매하고 나머지 2백50만섬에 대해서는 정부가 현물을 수매하지 않고 산지시세와 정부수매가의 차액만큼을 농가에 지급하겠다는 것이 정부안인데,이는 시행과정상의 심각한 부작용과 혼란 및 이에 따른 농민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산지시세의 기준을 어디에 잡느냐에 따라 지역별로 농민들의 이해가 크게 엇갈리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

차액지급은 농민들이 요구하는 「수매량증대」의 기본 뜻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농민들이 수매량 증대를 요구하는 이유는 사실 정부에서 물량을 수매해줌으로써 판로확보에 따른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지 수매가를 얼마큼 더 받아야겠다는 뜻은 아니다. 농민들이 수매가 인상률보다도 수매량 증대에 관심을 더 갖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같이 볼때 올 추곡수매에 관한 정부안은 정책목표도,경제논리도,그렇다고 농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도 아닌 어설픈 꿰어 맞추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정부의 경제논리가 정치권의 압력에 압도돼 기본적인 틀마저 사그러진 것이다.

따라서 올 추곡수매안은 정부는 정부대로,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경제논리와 시국안정을 근거로 나름대로 고심해 결정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로부터의 커다란 반발과 전반적인 경제정책운용상의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분석된다.

관계전문가들은 추곡수매결정 절차에 일대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곡유통위원회」에서는 생산비와 도농간 소득격차보상등을 기준으로 하는 설득력 있고 과학적인 안을 수립해 정부에 넘기고,정부는 이를 토대로 정치권등 외부영향없이 정책논리만을 근거로해 정부안을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곡수매와 관련해 불가피한 「정치적 배려」는 「국회」심의과정의 테두리내로 국한시켜 철저한 역할분담을 함으로써 각 단계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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