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등원거부로 4개월간 공전,표류하던 국회가 여야의 정치현안에 대한 합의로 금주부터 정상운영되게 됐음은 다행한 일이다.이번 여야의 합의사항 중 최대의 관심사는 역시 지방자치제선거이다. 여야는 91년 상반기중에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의회선거를,의회선거 1년 이내에 각급 단체장선거를 각각 실시하고 후보의 정당공천제는 광역의회와 단체장선거에만 허용하는 한편 이번 정기국회 회기중에 지자제선거법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키로 합의했다. 이것은 내년부터 지자제를 실시하겠다는 국민에 대한 약속인 셈인데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약속이 미덥지가 않은 게 솔직한 느낌이다.
도대체 정부ㆍ여당은 당초 88년 4월30일까지 실시하기로 법에 규정했으면서도 위약했을 뿐더러,작년 5월 4당체제 때 금년 상반기까지 지방의회선거를 실시키로 합의했다가 상황변경을 이유로 공약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이 미더워하지 않는 것은 실시시기뿐만 아니라 과연 이번 국회 회기중에 선거법이 원만하게 통과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야는 실시시기 등 큰 대목만 합의하고 선거법 조정은 실무자협상에 맡겼는데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쟁점은 두말 할 여지 없이 선거구 획정과 각급 의회의 의원정수,그리고 선거운동의 범위 등이다.
특히 이중에서 선거운동의 방법과 범위를 놓고 여당은 선거과열과 야당 붐의 억제를 위해 선거공영제 등을 내세워 엄격한 제한을 주장할 것인 반면 야당은 「지역주민들에 의한 대표선출」이라는 취지를 살린다는 점에서 최대한의 선거운동을 강조할 계획이어서 뜨거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는 여야가 지자제선거에 심각한 과민반응을 보이는 배경을 모르는 바 아니다. 지자제 실시는 양대 선거의 공약인만큼 어쩔 수 없이 실시한다지만 가급적 늦췄으면 하는 게 여권의 본심인 것 같다.
한차례 지자제선거를 실시하는 데 수조원의 자금이 소요돼 인플레 자극 등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를 뒤흔들고 지역감정을 심화시킨다는 문제도 있지만,지자제 실시는 어떤 형태로든 지방행정에 야당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어서 정국이 경색ㆍ교착될 때마다 지방행정의 마비가 뒤따를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평민당은 후보 공천을 할 수 있는 광역은 물론 기초단체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남ㆍ강원 등지에 진출,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장차 대권선거에 대비할 수 있고 또 중간선거 형식으로 국민의 의중을 점검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방주민의 자치의식을 제고하고 지방행정 운영의 과학화ㆍ효율화를 기하는 데 주력하기보다 여야가 중앙정치의 연장으로,또 대권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려는 이같은 저의를 경계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합의대로 지방의회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기우인지 모르지만 이번 합의가 내년에 들어서 새로운 다른 이유를 들어 실천에 옮겨지지 않을 경우 지자제 실시는 사실상 불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금주부터 야당의 등원으로 국회가 정상운영된다지만 올 정기국회는 참으로 어렵고 힘든 국회가 될 것 같다. 회기는 불과 20∼30여 일 남았는데 그동안 국정감사 대정부 질문 정치의안 처리,그리고 팽창예산을 심의해야 하는 것이다. 의원들의 지혜와 사명감이 어느때보다도 요청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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