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소득원에 가격동결이라니…”강원도 출신 국회의원들은 해마다 추수 끝 무렵이면 「옥수수 열병」에 시달린다. 농촌지역 선량들이 추곡수매로 함께 몸살을 앓는 와중에 이들은 옥수수 수매의 홍역을 덤으로 치르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의 「옥수수 신드롬」은 그 강도가 예년보다 훨씬 높을 전망이어서 강원도 출신 의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매해 추곡수매가와 대등한 수준으로 옥수수 수매가를 올려줘 왔던 정부가 올해에는 재정부족을 이유로 한 푼도 인상해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 강원도 옥수수(전국 생산량의 80% 점유)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영월ㆍ평창의 심명보 의원(민자) 주변은 그래서 요즘 하루종일 「옥수수」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청와대,경제기획원 등 관계자에게 강원도 옥수수 농민들의 어려움을 전하고 현지 농민들의 호소를 들을 때마다 그에게는 옥수수밖에 키울 수 없는 고향의 척박한 땅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강원도의 농민들은 지난 10년간 옥수수 3가마 값이 벼 1가마 값 정도만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물가인상과 상대적으로 앞서가는 쌀값 수준으로 인해 쌀과 옥수수 값의 차이는 오히려 해가 갈수록 벌어져 가는 형국이다』
옥수수 3가마로 정부미 1가마 조차 살 수 없는 현실에서 농업소득원이라곤 옥수수 재배밖에 없는 대부분 지역주민들의 사정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는 없는 게 그의 현실이다. 게다가 옥수수 수입자유화가 내년으로 임박해 농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마당에 수매가 「동결」 고집을 꺾지 않는 정부의 「무심함」에는 섭섭한 느낌마저 드는 눈치다.
이런 상황에서 「추곡가 두자리 인상」 줄다리기는 그에게 옥수수 수매가 인상문제의 답을 얻기 위한 예비시험의 의미를 갖는다. 그는 『옥수수 수매가도 최소한 통일벼 수준만큼은 인상해야 한다』고 정부측을 설득하느라 분주하기 때문이다.
『쌀보다 옥수수 수매량이 훨씬 많은 강원도 농민들에게는 이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하는 그에게서 추곡의 그림자에 가려진 우리 농촌의 또다른 절박한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신효섭 기자>신효섭>
◇강원 영월. 서울대 법대졸. 한국일보 주월특파원·편집국장. 11·12·13대 의원. 구 민정당 강원도지부 위원장·대변인·총재비서실장·사무총장. 민자당 당무위원. 55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