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농촌이라 수사소홀” 분통/사체 조기발견ㆍ범인 흔적에 기대「얼굴없는 범죄」 「건국이후 최대의 미스터리 살인사건」으로 불려지는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이 또다시 발생,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 경찰력을 민생치안에 투입하고 있는 시점에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지난86년 9월19일 화성군 태안읍 안녕리 목초밭에서 이완임씨(당시 71세ㆍ여)가 폭행당한 뒤 숨진채 발견되면서 시작된 화성 연쇄강간살인 사건은 88년 9월16일까지 모두 8건이 발생,부녀자 8명이 숨졌다.
화성 연쇄강간살인 사건은 사건명칭이 말해주듯 8명의 피해자가 모두 여성들로 폭행당한 뒤 스타킹,팬티 등 자신이 입고있던 속옷으로 목졸려 피살됐다.
피해자는 발견당시 하의가 벗겨진채 손발이 묶여있거나 묶인 흔적이 있으며 볏짚단,솔가지 등으로 덮여있었다.
16일 상오 태안읍 병점5리 석재공장 뒤 야산 소나무숲에서 발견된 여중 1년생 김모양(14)도 스타킹과 찢어진 블라우스 조각으로 목졸린 채 숨져있었다.
이들 사건은 피해자가 대부분 인근에 사는 주민들로 10대 여중생에서부터 70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범행대상이 다양할뿐 아니라 국부에 우산대 복숭아씨 볼펜 등을 찔러놓는 등 범행수법도 변태적이고 잔혹했다.
경찰은 87년 1월11일 네번째 희생된 여고생 홍진영양(19)이 볏짚속에서 숨진 시체로 발견된 후 태안지서에 수사본부를 설치,연인원 18만여명을 동원,화성은 물론,인근 지역의 전과자 우범자 성도착자 등 3천여명의 행적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경찰은 수법으로 보아 범인이 태안읍 일대의 지리에 밝은 변태성욕자이거나 편집증 환자일 것이라고 추정할뿐 아직까지 사건해결의 결정적인 단서나 용의자는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범인은 경찰의 허술한 수사망을 비웃듯 수사본부설치 이후에도 이번 사건까지 모두 4건의 범행을 더 저지르는 대담성을 보였다.
경찰은 88년9월에 발생한 8번째 피해자 박상희양(14) 살해사건의 용의자로 윤성여씨(22)를 지난해 7월 붙잡았으나 다른 연쇄살인 사건과의 관련여부는 밝혀내지 못한채 기소했는데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경찰은 그동안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로 ▲사체가 늦게 발견돼 지문ㆍ체액ㆍ체모 등 수사의 단서가 될만한 흔적을 찾기 어려웠고 ▲사건현장이 인적이 드물고 범행이 주로 밤에 이루어져 목격자가 없으며 ▲현장외곽의 배후지역에 각종 공장들이 산재,유동인구가 많아 우범자 파악이 제대로 안되는 점 등을 들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그동안의 수사과정에서 수사요원의 잦은 교체,서투른 증거확보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빗발치는 여론의 화살을 받게된 경찰은 87년과 88년5월 연쇄사건의 용의자로 2명을 붙잡아 자백을 받아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됐으며 88년 2월에는 용의자로 연행된 명노렬군(당시 16)이 고문으로 숨지는 불상사까지 발생해 비난을 받았다.
범죄와의 전쟁선포 이후 이 사건의 수사인력이 조직폭력배 검거에 다수 투입돼 수사활동이 거의 중단된 상태였다는 것도 주민들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민들은 이날 사건소식을 전해듣고 경찰의 무성의한 수사태도와 예방활동 소홀을 비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 사건은 농촌지역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경찰이 성의없이 수사를 해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만약 이같은 엽기적 사건이 서울 등 대도시에서 일어났다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김양의 경우는 사체가 비교적 일찍 발견됐고 종전과 달리 범인이 남긴 흔적도 있어 한가닥 기대를 갖게한다.<화성=이충재기자> ◇연쇄피살 일지 화성=이충재기자>
①86년 9월19일 태안읍 안녕리서 이완임씨(71)
②86년 10월23일 태안읍 진안리서 박현숙씨(25)
③86년 12월21일 정남면 관항리서 이계숙양(22)
④87년 1월11일 태안읍 황학리서 홍진영양(19)
⑤87년 4월23일 태안읍 안녕리서 권정분씨(25)
⑥87년 5월 9일 태안읍 진안리서 박은주씨(29)
⑦88년 9월 8일 팔탄면 가재리서 안기순씨(54)
⑧88년 9월16일 태안읍 진안리서 박상희양(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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