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의 배상신청 의의 크다한국일보사는 왜 자매지인 서울경제신문이 강제폐간조치가 난 지 만 10년 만에 자력구제의 시효를 앞두고,강제폐간 진상과 책임규명을 요구하며 원상회복을 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국가상대 배상금 지급신청을 내게 되었는가.
이 질문은 두 가지 답변으로 요약된다. 첫째는 제5공화국은 강압통치가 지속되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강제폐간에 따르는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가 없었다. 손해규모와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극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언론통폐합의 후속조치를 취하는 데서 보인 제6공화국정부의 미온적이고 소극적이었던 자세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88년 국회 언론청문회를 통해 언론통폐합이 언론건전육성종합방안이라는 이름 아래 초법적인 강제력에 의해 추진된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불법행위의 주체와 언론통폐합의 적나라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내지 못했다.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이 청문회에서 밝혀졌고 특정의 가해자가 드러나는 명백한 상황이었으나 전체적인 연관관계를 밝혀내지 못했다. 국회 문공위의 고발을 받은 사직당국은 가해자측의 일방적인 궤변이나 교언의 벽을 뚫지 못하고 실체의 진실을 끌어내지 못한 채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미봉했던 것이다.
언론통폐합이 부실언론과 사이비언론의 척결을 위한 것이었다고 언농을 부렸던 핵심인물이 사법적 심사대상에서 제외돼 대로를 활보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진상을 분명히 가려내지 못한 정부는 불법적인 언론통폐합에 따른 피해의 구제문제에 있어서도 뚜렷한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형식상이나마 보상을 받거나 다른 매체에 흡수통합된 일반적 유형과는 달리 아무런 선후ㆍ보상대책도 없이 자체소멸된 서울경제신문처럼 사안이 단순명확한 경우에 대한 대책도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한국일보사의 이번 신청은 언론통폐합의 불법성을 뒤늦게나마 사법판단을 통해 확인하고자 함이요,법원의 증거조사를 통해 그 진상을 규명해 빼앗긴 명예와 권리를 되찾으려는 자구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서울경제신문의 강제폐간은 명백히 헌법과 법률의 위반인 불법행위에 의한 것임을 먼저 밝혀둔다. 80년 11월12일 보안사가 경영주를 소환해 비상군사계엄하라는 강압적인 공포분위기 아래서 폐간각서를 쓰도록 강요했고,그에 따라 13일 후인 25일 60년 창간돼 경제정론지로 최고의 지면과 최고의 부수를 기록하던 서울경제신문은 강제폐간의 운명을 맞았던 것이다.
이같은 강요행위는 민간인의 재산권이나 언론사의 경영권에 관여할 수 없는 보안사가 헌법과 관계법률을 위반한 것임이 명백하다 할 것이다.
또 서울경제신문의 강제폐간이 가해자측이 내세우는 어느 이유에도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해둔다.
서울경제신문은 흑자경영상태의 건실기업이었다. 그리고 가장 우수한 제작인력을 확보해 정경유착의 폐해를 경고하고 올바른 경제상을 제시해왔다. 그러한 서울경제신문이 어떻게 해서 사이비언론이란 말인가.
우리가 서울경제신문의 강제폐간조치를 한국일보사 전체에 대한 핍박이자 양심적인 언론세력을 잠재우기 위한 위하였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사법기관의 독자적이고 객관적인 심리가 국회 언론청문회와 정부가 밝히지 못한 통폐합의 진상을 좀더 분명히 규명해 미흡한 후속조치를 보완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의 신청이 악의 유산을 정리하는 언론정사 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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