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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전투기」 서구서도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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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전투기」 서구서도 “골치”

입력
1990.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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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초 개발착수,각국서 3개기 추진/탈냉전 따라 필요성 회의… 폐기압력 고조/3개 계획 통합ㆍ미기 도입 등 검토… 전면축소 불가피한미간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른바 「차세대전투기」문제로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도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서유럽 주요 국가들은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말이후 대소 방공력의 주축이 될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착수,이미 상당한 투자를 했다.

그러나 동ㆍ서냉전 종식과 동구 공산권의 변화로 갑자기 「적」이 소멸한 상황은 엄청난 돈이 드는 차세대전투기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회의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 오는 19일 파리에서 유럽 재래식군비(CFE) 감축협정이 체결되면 차세대전투기 개발계획의 축소내지는 폐기압력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을 맞고 있다.

서유럽의 차세대전투기 개발은 그동안 3갈래로 진행돼 왔다. 독일ㆍ영국ㆍ이탈리아ㆍ스페인 등 4개국이 공동 개발중인 「유로 파이터」,프랑스의 「라팔」 그리고 스웨덴의 「그리펜」 등이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유로 파이터 계획이다. 4개국이 총 3백70억달러(약 25조)를 들여 현재의 나토 주축기인 토네이도 전투기를 대체할 유로 파이터기를 91년말까지 개발,모두 8백대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프랑스의 라팔계획은 다소사가 중심이돼 미라주기를 대체할 21세기형 전투기 3백30대를 생산,배치하겠다는 것. 전체비용은 3백50억달러로 개발비만도 72억달러가 계상돼 있다. 프랑스는 당초 유로 파이터계획에 참여했었으나 계획 주도문제 및 전투기 성능 결정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80년대 중반 독자개발로 돌아섰다.

스웨덴의 그리펜 계획은 65억달러를 들여 1백40대의 차세대 전투기를 생산하도록 돼있다. 중립국인 스웨덴은 나토회원국 중심의 유로 파이터계획에 참여할 수 없는 위치여서 처음부터 독자개발에 나섰던 것.

지난 88년 12월 그리펜 시작 1호기를 완성했으며 현재 시험중인 2호기 외에 금년말까지 3ㆍ4호기를 완성한다.

이같은 서유럽의 차세대전투기 계획은 초기부터 개발비용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서유럽 전체의 단일기종을 공동개발하거나 미국의 차세대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논란이었다. 그러나 단일기종 개발은 스웨덴과 프랑스로 인해 불가능해졌다. 또 미국으로부터의 도입은 유럽의 항공산업을 마비시킬뿐만 아니라,서유럽 각국 공군이 미 국방부 및 제작사의 「정치적 변덕」에 지배된다는 우려 때문에 처음부터 배제됐다.

이와 함께 미국이 개발중인 차세대 전술전투기(ATF)는 너무 크고 「공격용」이어서 서유럽 공군의 「방어적 수요」에는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서유럽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ATF기가 독일에서 발진,모스크바 상공에서 작전할 수 있도록 구상된 장거리 공격용이라고 보고 있다.

어쨌든 4ㆍ5년전까지 서유럽의 차세대전투기 개발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전투기로는 21세기초에 가서 소련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논리가 수긍됐었다.

그러나 유럽정세의 혁명적 변화는 차세대전투기 계획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낳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야당 사민당은 물론 집권연합내의 자민당,그리고 기민당 일각에서도 계획 폐기를 외치고 있다. CFE협정에 의해 기존 전투기마저 감축하는 상황에서 신형 전투기 자체가 필요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개발비용을 희생하더라도 생산계획을 폐기,막대한 국방비를 절감해야 한다는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사민당측은 이미 계획 폐기를 기정사실로 자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작사인 도이체 아에로스페이스사의 모기업인 다이믈러 벤츠의 로이터 회장도 최근 계획폐기의 경우 정부의 보상을 요구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프랑스 라팔계획을 주도하고 있는 다소사도 마찬가지 처지에 있다. 다소사는 최근 스웨덴 그리펜계획을 맡고 있는 사브 스카니아사에 합작을 제의하고 있다. 다소사는 이와 함께 기존 미라주기의 추가주문이 중단돼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스웨덴 그리펜 계획도 앞날이 불투명하다. 스웨덴 공군은 지금까지 30대의 그리펜기만을 주문한 채 나머지 1백10대에 대해서는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사브 스카니아사는 당초 계획된 1백40대를 채우더라도 추가로 1백60대 정도를 수출해야 채산이 맞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스웨덴제 전투기를 구매해온 핀란드,덴마크,오스트리아,스위스 등이 현상황에서 공군력 강화에 나설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영국의 브리티시 아에로스페이스사의 경우 대처 보수당 정부의 「국방력유지」정책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영국 공군도 금년초 기존 토네이도기 33대의 주문을 취소했다. 말레이시아도 토네이도기 12대 주문을 취소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쿠웨이트사태 직전 48대의 토네이도기 주문계획을 재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에 따라 쿠웨이트 사태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차세대전투기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서유럽 각국에서 제시되고 있는 대안중 하나는 3개계획을 통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안은 이미 개발완료 단계에 있는 1ㆍ2개 계획을 전면 폐기해야 하고,이렇게 되면 해당국 기업의 실업사태등이 장애로 대두되고 있다.

또다른 대안으로 일부에서는 서유럽의 방공수요에 적합한 미국의 F16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도 「대미의존」이란 기본장애 외에 미국의 국방비 삭감으로 F16기 개량계획이 취소돼 어렵게 돼있다. 결국 서유럽 각국은 차세대전투기 계획의 전면 축소외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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