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연이 죽음계기로 범죄없는 사회를”/부모,슬픔속 얘끊는 호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연이 죽음계기로 범죄없는 사회를”/부모,슬픔속 얘끊는 호소

입력
1990.11.14 00:00
0 0

◎“무기력한 치안에 절망감/국민 도덕성 회복 운동을”/오늘 운구행렬로 “사회관심 촉구”『대낮에 4명을 무자비하게 생매장한 살인강도범죄는 범인들만의 책임이아니라 그들이 전과 6∼8범이 되니까지 방치한 우리사회와 위정자들도 책임이있습니다』

지난9일 전과자 3인조가 저지른 양평 생매장사건으로 1남1녀중 귀염둥이 딸 서연양(5)을 잃은 최영규(36ㆍ제7안식일 예수재림 방배교회 담임목사) 유은주씨(33) 부부는 슬픔을 겨우 가누며 이렇게 말했다.

서연양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위생병원 영안실에서 발인을 하루 앞두고 13일하오 기자회견한 최씨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일과성 살인강도 범죄가 아니라 우리사회에 팽배한 죄악의 구조적 문제가 부각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딸을 잃은 아픔보다 뉘우칠 줄 모르는 범인들의 뻔뻔스러움과 정부당국의 유약한 범죄척결의지에 절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범인 오태환(31)이 열한살짜리 딸을 둔 아버지였고 붙잡힌 뒤에도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때 인간에 대한 절망감을 느꼈다는 최씨는 『가슴이 터지는 듯한 슬픔을 당했지만 서연이의 죽음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가슴에 한 줄기 빛으로 살아 남아야 된다는 생각에서 범인들을 용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딸의 죽음이 범죄없는 편안한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서연이의 죽음은 개인의 비극적 차원에서 이 땅의 범죄를 몰아내고 국민모두의 도덕성 회복운동에 불을 지피는 계기로 승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씨 부부는 14일 조촐한 발인예배와 운구행렬을 통해 사회의 반성을 촉구하고 서연양의 넋을 위로할 계획이다.

이들은 14일 상오10시 위생병원 영안실앞 광장에서 노태우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낭독한 뒤 4대의 운구차량에 「구멍뚫린 민생치안 국민들은 누굴믿다」 「살려주세요 애원하는 어린이를 생매장하다니」 등 12개의 플래카드를 붙이고 청량리 의정부를 거쳐 경기 포천군 소흘면 송우리의 안식일 교회묘지인 재림공원묘지로 향할 예정이다.

최씨 부부는 「우리들의 서연이의 넋을 기리며」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노대통령이 부모의 입장에서 서연이의 무덤을 찾아와 범죄에 대한 결의에 찬 의지를 보여주고 또다른 서연이의 희생을 막아달라』고 호소할 예정이다.

서연양의 어머니 유씨는 기자회견도중 『그날도 가기싫어 하면서도 함께 가자는 외할아버지가 속상할까봐 따라나서던 착한 서연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결혼한지 5년만에 얻은 딸 서연이를 땅에 묻고 어떻게 살아가느냐』며 몸부림쳤다.

유씨는 지난8월 할아버지 유인수씨(90)가 노환으로 사망한 뒤 3개월도 안돼 아버지와 딸,할머니,이모할머니를 한꺼번에 잃었다.<이재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