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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곡수매 몸살/신효섭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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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곡수매 몸살/신효섭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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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가 끝날 무렵이면 정치권은 으레 「추곡수매」의 몸살을 앓는다.농민들의 실질수입과 직결된 정부의 추곡수매가 인상폭과 수매량 결정문제를 놓고 정부와 여당ㆍ야당,그리고 국회가 순차적으로 병치레를 하는 것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부의 국회에 대한 추곡수매동의안 제출마감일인 11월1일이 훨씬 지난 13일에야 정부와 민자당은 처음으로 관련당정회의를 가졌다.

민자당이 뿌리마저 흔들렸던 내분으로 농민의 아픔을 미처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국회의 장기휴회도 원인이지만 당정의 이날 만남은 늦어도 한참 늦은 출발인 셈이다.

하지만 이 출발조차도 순탄치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거시적 경제논리에 입각한 정부측 입장과 농민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당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집권당 정책위의장 출신이자 현역 지역구의원인 부총리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서 당측은 지난 3년 동안의 수매가 고율인상 및 수매량 증량정책이 바뀔 경우 농민에게 실망을 안겨준다며 『당의 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매동의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으름장까지 놓았다.

이에 대해 이승윤 부총리는 경제운용상의 어려움과 고고미 누적 등을 이유로 계속 난색을 표시하다 당측 참석자들로부터 『당정책위의장시절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들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당정회의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재회」만을 약속하고 끝이 났다.

이런 당정의 의견 불일치를 겨냥하듯 농민들은 수매가와 수매량의 대폭인상을 게속 요구하고 있고 야당도 농민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당정은 이같은 짐을 의식한 듯 다음 회의에서는 어쨌든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게속된 농정실패 등으로 인한 정권의 낮은 지지도를 만회하려는 여권의 속사정과 눈앞의 인기에만 급급했던 야권의 한계로 인해 「고율인상,대량매입」의 메뉴에만 익숙해 있는 농민들의 요구를 당정이 어떻게 충족시켜줄지 자못 궁금하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운 정부정책의 대표적 사례를 매년 되풀이 되는 추곡수매 문제에서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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