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인상땐 한자리 사실상 불가능/이달하순께 최종 선택할듯국내유류가격과 공공요금 현실화를 목전의 정책과제로 맞은 물가당국은 최근 매우 곤혹스런 입장이다.
대통령이 경제각료의 진퇴를 걸고 지켜내라는 한자리수 소비자물가 억제방침과 상충하는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10월중 소비자물가는 연초대비 9.2%나 올라 목표에 0.8%포인트차로 육박한 실정이어서 물리적 계산상으로도 한자리수 유지가 빠듯한 형편이다.
이때문에 물가당국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실을 빗대 『마치 성장국제수지물가가 경제운용상 한꺼번에 이룰 수 없는 상충지표인 것처럼 한자리수 유지와 유가ㆍ공공요금 현실화의 동시달성도 3마리 「토끼」잡기와 비슷하다』고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유가나 공공요금인상이 인플레심리 확산을 몰고와 물가오름세를 부추길 우려가 크지만 이런 간접영향을 고려 않더라도 사태는 간단치 않다.
유가를 20%만 올리면 소비자물가영향은 0.4%포인트,지하철등 8대 공공요금은 현재 관계부처요구수준만 반영해도 0.6%포인트씩 직접적으로 물가에 주름살을 안긴다.
따라서 유가ㆍ공공요금을 동시에 현실화할 경우 한자리수내 유지는 계산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유가ㆍ공공요금이라는 추가적인 압박요인 없이도 연말까지 남은 두달간 물가여건은 만만치 않다.
예년의 경우를 보면 연말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추곡수매가 인상률과 무ㆍ배추등 김장채소의 작황.
먼저 쌀의 경우 13일현재 산지 일반미시세는 80㎏가마당 9만3천원선. 지난해 일반미 정부수매가격이 2등품기준 9만6천7백20원이 었으므로 산지쌀값은 아직도 지난해 정부수매가에도 못미치는 실정. 현재 당정협의가 진행중이어서 정확한 인상률을 알 수 없는 단계이나 대충 9%만 올린다쳐도 가마당 10만원을 웃돌고 따라서 산지와 도시소매상의 쌀값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릴 것이 확실하다. 추곡가 인상률이 얼마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0.3∼0.4%포인트의 상승요인이 잠복중인 것이다.
무ㆍ배추등 김장채소류는 다행히 올해 작황이 현재까지는 좋은편. 그러나 김장가격동향은 날씨에 극히 민감해 연말까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갑자기 혹한이 닥칠 경우 작황차질과 수송애로에다 가수요가 겹쳐 며칠만에 다락같이 오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8년말엔 무ㆍ배추가 무려 0.7%포인트나 물가지수를 밀어 올렸다.
○…현재 관계부처가 인상을 요구중인 공공요금은 모두 8개. 구체적내역은 철도 8% 지하철 25% 상수도 10% 국내항공 19% 시내버스 42% 시외버스 30% 고속버스 27% 시내좌석버스 20% 등이다. 그런데 줄지어선 인상요구액이 하나같이 유가인상을 감안하지 않은 상태여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교통 요금이 대부분이어서 국내유가인상은 곧장 새로운 원가부담을 안겨 요구폭 자체가 대폭 커질 공산이 크다.
더구나 공공요금인상은 사회전반적인 인플레심리를 자극하는 면이 강해 6공출범이후 역대 장관들이 누구나 「재임시 인상불가」를 고수해온 탓에 이제 더이상 손대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르렀다.
○…청와대비서실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기하고 있는 국내유가 조기현실화주장은 나름대로 충분한 근거가 있다.
페만사태로 국제원유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국내유가 조정을 미룰 경우 고유가시대에 따른 사업구조 조정이나 소비절약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페만사태가 터진 8월의 경우 국내 휘발유소비는 지난해보다 37.6%,등유는 무려 2백%이상 늘어났다. 세계 주요국가들이 이미 유가인상을 반영,고유가에 적응태세를 갖춘 실정에서 유독 우리나라만 저유가를 고수하면 중장기적인 산업경쟁력확보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의 의견은 다르다. 그동안 석유사업기금이라는 세계 유일한 제도를 통해 상대적 고가기름을 써 왔고 5조원 가까운돈을 거둬 엉뚱한 곳에 써온 정부가 이제와서 몇달만에 유가현실화를 들먹이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니냐는 여론이다.
주무부처인 동자부는 11,12월중 원유도입단가가 배럴당 30달러에 달해도 완충기금을 활용,연내 인상을 막을 수 있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같은 전후사정을 고려할때 연내 한자리수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이는 이달 하순께 국내유가인상폭과 시기가 확정될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물론 급작스런 혹한으로 한자리수유지가 불가능해질 경우 유가및 공공요금의 대대적인 연내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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