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출판문화도 크게 성장했다. 외형뿐 아니라 내실도 상당히 알찬 폭이다. 다양한 종류도 그렇거니와 겉으로만 보아도 책다운 책이 쏟아져나온다. 내용면에서도 얼치기는 맥을 못 쓰며 밀려나간다. 책의 문화가 성숙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일반교양에서 첨단지식까지 출판의 세계는 무한하다. 그것은 상상력과 창조력의 보고이기도 하다. 두뇌의 자원은 출판을 통해서 상호교류되며 전달과 전수가 가능해진다.
출판은 문화의 기초이며 뿌리라고 말한다. 책이라고 무조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좋은 것은 젖을 물려주고,그렇지 못하면 독을 퍼지게 한다. 책을 사랑하되 어떤 책을 골라 읽느냐가 늘 중요하다.
1950년∼1960년대 우리의 출판상황은 거의 불모시대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국일보사는 4ㆍ19의 해인 1960년에 한국출판문화상을 제정하였다. 어느덧 올해로 31돌을 맞는다. 제정 당시의 출판시장이나 독서시장은 실로 애달프리 만큼 처량하고 허약하기만 했다. 교과서 중심이고 헌책과 외국서적이 시장의 주종을 이뤘다.
이런 풍토에서 한국출판문화상은 출판문화의 선구역을 자청해 맡고 나선 것이다. 우선 출판문화와 양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출판인들의 오기와 양식을 북돋워주며,양서의 선택기준을 뚜렷하게 제시해주었다.
지난 30년간의 수상도서나 저작자를 살펴보면 이러한 역할은 스스로 실증된다. 불모의 관심에 묻혀버릴 뻔한 책의 가치가 과장없이 밝혀져 독서인구의 주목을 끈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발굴해내지 않으면 진흙 속에 묻혀 오랜 세월을 허송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출판문화는 아직까지 만개와는 먼 거리에 놓여 있다. 출판업은 영세성을 훌쩍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엷은 독자층 때문에 시장성도 크게 활발하지가 못하다. 책 읽은 인구가 선진국에 비해 너무 떨어진다. 그러나 이것을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생각하면 우리 출판의 앞날은 얼마든지 밝게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출판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목전의 이익에 너무 급급하지 말고 출판문화에 투자하는 긴 안목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우리 출판계엔 우뚝한 출판 명문이 없는 서글픈 실정이다.
지나치게 유행에 민감하고 시류의 눈치만 보면 진짜 좋은 책이 독자에게 공급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여러 계층의 독서인들도 출판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욱 높여가야 할 것이다. 동태적인 행사문화에 치우치지 말고,자기 충실을 기하는 성찰문화인 출판의 발전에 한 권의 책으로라도 참여해주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좋은 책을 골라내자. 그 다음 조용히 자기 앞에 책장을 펼쳐놓자. 새로운 세계가 그 속에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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