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등원택일 앞서 “내부조율”/“보선여세 지금이 최적기” 주류/정치판 전체 불신감 팽배 우려/지자제가 마지막 걸림돌… 김총재 정국재구상 착수설영광ㆍ함평 보궐선거에서의 평민당 압승은 예상된 결과이긴 하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파행정국을 정상화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평민당지도부는 지자제 협상의 관건인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정당공천 허용이 관철되지 않는 한 등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주장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보궐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등원하자는 견해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총재는 『현재로서는 정당공천제 문제가 관철되지 않는 한 등원이나 영수회담 개최를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13일에 있을 의원과 당무지도위원 연석회의에서 등원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자유롭게 논의해 보겠다』고 강한 여운을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김 총재 얘기의 하중이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정당공천 허용 등 지자제 약속을 지키라는 데 실려 있는 것이지 등원을 하지 않겠다는 쪽에 실려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김 총재는 민자당이 12일 단독으로 국회를 강행하겠지만 본격적인 정상가동을 위해서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지자제협상을 평민당 주도로 이끌기 위해서 원칙적인 자세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측면이 큰 것 같다.
따라서 13일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있을 연석회의에서 의원들이 강력한 등원 희망을 피력할 경우 김 총재가 의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등원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많은 평민당 의원들은 지금이 등원을 위한 최적기라는 사실을 들어 지자제관철이 완전히 평민당 의도대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국회에 들어가서 투쟁하자는 현실론을 제기하고 있다.
평민당의 한 중진은 『지금 등원하지 못하면 연내는 물론 내년까지도 등원이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면서 『보궐선거의 승리야말로 절호의 등원찬스』라고 말한다.
사실 평민당은 단식 정국이 끝난 뒤 은밀하게 등원을 위한 준비를 해온 것도 사실이다. 당정책위(위원장 조세형 의원) 주관으로 정책팀들은 예산심의와 국정감사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아왔고 의원개인보좌팀들도 국회정상화에 대비해 자료를 수집하는 등 의정활동을 준비해왔다.
평민당내에서는 지난 9월 대수재 때와 10월의 남북고위급회담 때도 독자등원을 하자는 견해가 만만치 않게 제기된 적이 있고 김 총재 등 당지도부는 의원들의 이러한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이때 지도부는 『정치를 안했으면 안했지 원칙없는 등원은 있을 수 없다』고 완강한 태도를 보였지만 지금은 『등원조건으로 내건 4개항의 대부분이 충족되었으며 단지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정당공천제만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상대적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평민당내에는 내각제개헌이 사실상 포기되었고 지자제도 이만큼 진전된 게 김 총재 단식 등이 가져온 성과라는 주장 아래 국회에 들어가자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또 민자당 내분이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식상함을 배가시켰고 이러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국회의 장기공전과 맞물릴 경우 정치권 전체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자당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평민당만이라도 국정심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다.
평민당은 영광ㆍ함평 보궐선거에서 지역감정 해소를 최대의 쟁점으로 걸어 압승을 거두었기 때문에 국회에 들어가 정당대표 연설이나 본회의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이를 극대화시키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평민당이 등원결정을 할 경우 형식은 대여협상이나 지자제와 관계없이 독자등원을 할 가능성이 높다.
평민당은 민자당이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정당공천 문제에 있어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오히려 민자당이 단식 후 총무접촉에서 이뤄진 기존의 합의마저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자당은 내년 봄으로 잠정 합의된 지방의회선거와 광역자치단체에 허용키로 한 정당공천에 대해서도 평민당이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정당공천 허용을 지나치게 고집할 경우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까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평민당 일각에서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정당공천을 허용하되 이번의 경우에 한 해 유보토록 한다」든가 「정당공천이 안되면 정당표시 등의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절충안이 나오고 있는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평민당이 독자등원을 결정할 경우 국회가 정상화된 뒤 지자제에 대한 마지막 실무절충을 하고서 이번 정기국회 회기중에 노태우김대중 회담을 통해 현안을 일괄타결하자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평민당이 등원결정을 할 경우 또하나 짚고넘어가야 할 대목은 야권통합 문제이다.
물론 등원과 야권통합 문제가 직접적인 함수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등원을 하지 않고 장외 투쟁에 나설 경우 야권통합을 하라는 외압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등원 등 향후 진로 설정에 있어 가장 결정적 요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김대중 총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이다.
김 총재는 지난 8일 영광에서 올라온 뒤 당 내외의 여러 사람을 만나며 정국구상을 재조율하고 있는 중이며 대부분의 경우가 등원을 하라는 진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병규 기자>이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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