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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조사냐”/최정복 사회2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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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조사냐”/최정복 사회2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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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반핵시위 민자당 진상조사단은 10일 하오 2시45분께 뒷짐을 진 채 최루탄가스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안면읍사무소에 들어섰다.침울한 주민들과 달리 만면에 함박웃음을 띤 의원들은 우선 주민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어 2층 읍장실에 올라간 의원들은 30여 분 동안이나 신임 도경국장 등을 배석시킨 채 『현안은 다 알고 왔으니 둘러나 보고 가자』는 등 잡담을 주고받았다.

배석한 서산경찰서장은 계속된 철야근무에 지켜 고개를 떨구고 졸았고 조사단을 영접하느라 하오 2시로 예정됐던 임시지서개서를 늦출 수밖에 없었던 도경국장은 눈치없는 조사단에게 임시지서개서와 경찰철수의 지연을 반복해서 얘기했다.

그러던 중 심대평 지사가 조사단장 조부영 의원에게 귀엣말을 하더니 함께 옆방으로 갔고 뒤어어 수습대책위 주민대표로 선임됐다는 4명이 심 지사 등을 따라 읍장실로 들어왔다. 조사단은 이들로부터 계획 철회를 서면으로 밝혀줄 것과 연행자 석방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받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뒤 10여 분 만에 대면을 끝냈다. 이때 한 의원은 『김일성을 때려잡는 일도 아닌데 폭력은 있을 수 없다』고 훈계발언까지 했다.

심 지사는 『주민들이 정부방침을 오해하고 무조건 모든 개발에 반대입장을 고수해 더이상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가 주민들이 격앙된 목소리로 반발하자 너털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조사단이 읍장실을 나서는 순간 주민 5∼6명이 뛰어들어왔다. 이들은 지사가 일방적으로 이장들을 모아 수습대책위를 급조해놓고 조사단에게 마저 대표성이 없는 주민들을 만나게 했다고 분개했다.

『온종일 조사단을 기다렸는데 지사의 농간으로 만나지도 못했다』,『지사는 수습과정에서도 읍민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는다』,『일이 터졌을 때는 얼씬도 않다가 이제와서 무슨 조사냐』

주민들이 이렇게 분통을 터뜨리자 의원들은 멋적은 웃음을 흘리며 달아나듯 자리를 떠났다. 그들이 가고난 뒤 읍사무소에 차려진 임시상황실을 지키던 한 경찰관마저 『다 끝난 뒤 무슨 빌어먹을 조사냐』며 『조사단은 불난 집에 부채질만 하고 갔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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