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 국회내 추진불가」서 「안한다」로 바꿔/노ㆍ김 모두 시종 밝은 표정… 웃으며 작별/발표문 8개항 노대통령이 직접 불러줘○…10여 일간 민자당을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던 내분을 최종수습한 6일 저녁의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의 3시간10분에 걸친 회동은 예상된 수순대로 8개항에 걸친 발표문으로 일단락.
노 대통령과 김 대표는 하오 6시30분부터 9시40분까지 당내분 수습방안에 대해 논의한 뒤 노재봉 비서실장과 최창윤 정무수석,이수정 공보수석을 불러 발표문을 작성토록 지시.
노 대통령과 김 대표는 최 정무에게 8개항의 발표문 내용을 일일이 불러준 뒤 그대로 발표토록 지시했다고 최 정무가 전언.
노 대통령과 김 대표는 회동과 발표문 작성이 끝난 뒤에도 그 자리에 남아 계속 환담을 나눴는데,최 정무는 『두 분이 3시간 이상 충분한 얘기를 나눈 때문인지 김 대표의 얼굴이 가볍고 밝았다』고 분위기를 설명.
○「합의문」 아닌 「발표문」
○…단독회동이 끝난 뒤 하오 10시께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에게 회동결과를 설명한 최 정무와 이 공보는 기자들이 발표문안의 명칭이 「합의문」인지 「발표문」인지를 묻자 『같은 당에서 합의는 무슨 합의냐』며 「발표문」임을 강조.
이날 최 정무는 회동결과를 신속하게 발표하기 위해서인지 관례와는 달리 발표문의 복사본을 준비하지 않은 채 곧바로 기자실로 찾아와 발표문 내용을 직접 낭독.
이 공보수석은 발표문 낭독이 끝난 뒤 『내각제를 14대 총선까지는 안한다든가 하는 식의 명확한 표현이 왜 없는가』라는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다소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13대 국회 회기내에서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다수 국민이 원치 않으면 추진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발표문 그대로 해석해 달라』고 주문.
이 공보수석은 또 기자들이 『대표위원 중심의 당운영 방식이 과거와는 달라진 것이냐』고 묻자 『지금까지도 그런 원칙으로 운영해 왔으나 실제 여러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일이 발생한 것 아니냐』면서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법이나 앞으로 잘될 것』이라고 설명.
○…노 대통령과 김 대표는 하오 9시55분께 발표문 작성을 끝낸 뒤 포도주를 한두 잔씩 마시며 환담을 나누다 하오 10시30분께 서로 웃으며 작별인사.
이수정 공보수석은 김 대표가 돌아간 뒤 다시 기자실로 찾아와 『두 분이 그동안 오해와 서운했던 심정을 모두 풀고 신뢰를 확인하며 홀가분하게 헤어졌다』고 소개.
○…청와대가 이날 내놓은 「발표문」은 청와대측이 상도동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작성된 것이었으나 회동이 끝난 뒤 두 사람이 최 수석을 불러 유인물로 된 문안 중 두 곳을 수정했다는 후문. 수정된 곳은 내각제문제가 담겨진 5항과 개혁입법 추진 7항으로 이 항목은 당초에 문안에 없었다가 김 대표가 강력히 요구해 추가됐다는 것.
특히 내각제문제에 있어 원안에는 「13대 국회 안에 추진불가」였으나 노 대통령이 『안하면 안한다고 확실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라는 김 대표의 요구를 수용해 「안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후문.
청와대정무비서실은 브리핑이 끝난 뒤 개헌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발표문에 담긴 뉘앙스를 그대로 살려달라』면서 『이 뜻은 포기와 같다』고 특별주문.
○“마산 잘 다녀오셨죠”
○…노 대통령과 김 대표는 회동시작 전 김 대표의 부친 김홍조옹의 건강에 대한 관심 표명으로 시작해 순조로운 합의에 도달할 것임을 사전예고.
노 대통령은 접견실에 들어서면서 김 대표를 보자마자 『그간 고생이 많으셨지요. 마산에는 잘 다녀오셨습니까』라고 인사했고 김 대표는 환한 웃음으로 응답.
노 대통령은 김 대표가 마산에 내려갔을 때 TV화면을 통해 김 대표 부친의 모습을 봤다면서 『엄친의 건강이 매우 좋아보이시는 데 지난번 수술을 받으셨다지요』라고 질문.
김 대표는 『그렇습니다』라며 『지난번 대통령선거 때 고혈압으로 고생하셨으나 1년 만에 회복해 지금은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부친의 근황을 소개.
○영접받고 멋적은듯
○…김 대표는 예정시간보다 10분 빠른 하오 6시20분께 본관에 도착,노재봉 비서실장,최창윤 정무수석비서관의 영접을 받고 멋적은 듯 『교통이 좋아 예상보다 빨리왔다』고 설명.
김 대표는 접견실에서 노 실장 등에게 유고ㆍ항거리 대통령 등의 방한 일정에 관해 얘기를 나눈 뒤 자신의 마산행과 관련,『마산이 산이 깊고 아름답더라』며 노 실장의 고향인 마산을 예찬.
이날 김 대표의 접견을 지켜본 이수정 청와대대변인은 『노 대통령과 김 대표의 표정이 시종 밝았다』고 전했고 회동이 진행되는 동안 노 실장과 이 대변인 등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춘추관 기자실에서 대기.<정광철 기자>정광철>
◎청와대회동 발표문
노태우 대통령은 6일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과 청와대에서 만찬을 함께 하며 국내정국과 당내문제에 관해 진지하고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은 민자당의 당내문제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는 데 대해 심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즉시 당을 정상화시키기로 했다.
두 분은 오늘의 대화를 통해 민자당의 창당이 구국적차원의 결단이었음을 상기하고 창당정신으로 돌아가 상호 신뢰와 이해를 통해 앞으로 국민의 정치불신을 해소하는 데 합심 노력해나가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민자당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당대표위원의 원활한 역할수행이 긴요하다고 강조하고 대표위원이 중심이 되어 책임지고 당을 이끌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전 당원이 굳게 결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두 분은 내각책임제는 우리 정치발전과 선진화를 위해 많은 장점을 가진 제도이나 국민이 반대하는 개헌은 하지 않기로 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특히 당내기강을 문란케 하는 행위는 당 발전을 위해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이같은 사례가 발생할 때에는 엄중문책키로 했다.
두 분은 당이 앞장서 제반 민주개혁을 추진하고 보안법,안기부법,지자제법,경찰관계법 등 민주계획입법을 조속히 처리키로 했다.
김영삼 대표는 내일부터 당무에 복귀하고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하여 예산심의 등 당면한 국정현안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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