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절약 위해 빨리 올려야”의견 대두/“기금 넉넉하고 정부약속 중요”반론 강해/“내년으로 넘겨야” 여론국내유가의 연내 인상여부가 다시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11월중 국내에 도입될 유가의 평균가격이 배럴당 30달러선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또다시 연내 유가인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페만사태이후 국제유가의 동향을 보면 OPEC(석유수출국기구) 평균유가는 7월중 15달러13센트였으나 8월에는 24달러47센트,9월에는 31달러12센트,10월에는 33달러45센트로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 도입되는 원유가격도 7월의 배럴당 13달러67센트에서 8월에 14달러44센트,9월에 19달러91센트,10월에는 25달러48센트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11월중에 국내에 도입될 원유가격을 전망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10월 선적분 원유가격이 배럴당 평균 3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잠정집계되고 있어 11월중 국내도입가격은 28달러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9월이후 3개월간 국내도입 원유가격평균은 25달러 남짓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되자 최근 이승윤부총리를 비롯,정부 일각에서 『국내도입유가가 25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국내유가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연내 유가인상의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얼마까지 오르는가 하는 것은 실제로 그리 중요한 변수는 아니다
계산상으로 볼때 앞으로 2개월간 국내도입원유가격이 30달러를 넘는다해도 현재까지 정부부처간에 유가완충재원으로 합의한 재원만 가지고도 충분히 국내유가 인상없이 금년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금년상반기중 징수한 석유사업기금 2천1백20억원에다 재특자금 2천억원 은행예탁금 4천2백39억원만 활용해도 앞으로 연말까지 원유도입가격이 30달러선을 넘는다해도 충분히 유가인상없이 버틸 수 있다.
국내유가 인상여부를 둘러싼 논쟁의 초점은 이같은 숫자놀음이 아니고 다른데 있다.
먼저 금년중에 기름값을 올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제유가가 최근과 같은 추세를 계속하고 있는한 내년초에는 국내유가인상이 불가피하리라는 것을 누구나 수긍하고 있다.
평균 국내도입가격이 평균 25달러선으로 본다해도 최소한 국내유가를 30%가량 올려야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어차피 한두달후엔 기름값을 대폭 인상해야만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빠른 시일내에 현실화하자는 것이 조기인상론자들의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그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사실 석유사업기금 가운데 유가완충재원이란 단기간내의 예기치 못한 유가폭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 수개월씩 계속해서 무리하게 국내유가를 억제한다면 국제가격과의 불균형현상을 초래하게 되어 자칫하면 일반국민들의 에너지절약 의지나 국내기업의 자구노력 의지를 약화시키고 나아가 국제경쟁력을 더욱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페르시아만 사태이후 전세계적으로 에너지문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국내 에너지가격은 동결되어 있기 때문인지 국내에너지소비는 사태이전보다 더욱 늘어만 가고 있는 추세이다.
정부에서도 최근들어 에너지위기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나 쇠귀에 경읽는 격이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격현실화 뿐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기인상론의 경제논리적인 타당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지난 10년간 석유사업기금을 조성해 오면서 정부가 국민들과 맺었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석유사업기금을 징수하는 명분으로 『국제유가가 상당히 올라도 국내유가는 인상치 않겠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은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지속되자 1조6천억원에 달하는 「눈먼 돈」을 서로 먼저 사용하기 위해 정부각부처가 치열한 쟁탈전을 벌여온 것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정부당국의 책임있는 해명이나 사과가 선행되지 않은채 또다시 경제논리를 내세워 연내에 국내유가 인상을 단행한다면 많은 국민들을 쉽게 설득시키지 못할 것이라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한편 현실적으로도 연내 국내유가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11월중 국내원유도입가가 배럴당 28달러수준에 이른다해도 페만사태이후 평균 도입가격은 25달러 남짓이다.
또한 페만사태이후 정부가 사용키로 결정한 재특자금 2천억원,은행예탁금 4천2백39억원은 아직 한푼도 건드리지 않은 상태로 오는 16일부터서야 약2천억원 정도가량이 사용되게 된다.
그러고 나면 12월 중순까지는 추가적인 유가완충재원이 필요치 않게되며 11월말까지는 연말까지의 국제유가동향의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날 것이므로 국내유가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이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1월말이면 월동용 기름사용이 최고에 달하는 시기이고 연말물가에 끼치는 영향등을 감안할때 국내 유가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보면 어차피 국내유가조정은 내년으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주장이다.<박영철기자>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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