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보도된 내용을 간추려서 단편적으로 따져 물은 국회 문공위의 「민방의혹설」에 관한 추궁은 진상규명에 별 도움을 줄 것 같지가 않다. 기존 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정부의 해명이나 답변도 국민의 궁금증을 충분히 풀어준 것으로 보아지지 않는다. 눈덩어리처럼 불어만 가는 의혹과 비판에 비해 이를 진화해보려는 당정의 노력은 역부족이라 할 만하다.이제와서 우리는 「민방 의혹」을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시각」에서 냉정하게 중간정리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우선 새 민방이 왜 구상이 돼 지배주주의 선정에 이르기까지 돌관작업으로 강행되게 됐는지,그 정치적ㆍ사회적 의미는 무엇인지 하는 배경에서부터 의아심을 풀지 못하고 있을 듯하다.
상업방송이 특정재벌의 방패역이고,돈벌이 기구로 전락했으며,전파의 상업화로 인하여 방송의 저질화,지나친 오락화의 폐해가 있기 때문에 국영방송이 필요하다고 한 것은 5공 때 방송개편(언론통폐합)의 이유였다. 그런데 6공에 들어와 그 논리는 반전한다. KBSㆍMBC 등 국ㆍ공영 2개사의 독과점 폐해를 막고,다양한 채널선택권을 주며 광고적체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새 민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반된 두 가지 논리 중 어느 쪽이 시대상황에 타당한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왜 갑자기 그러한 뒤집기 논리가 등장하게 됐느냐가 궁금증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방송제도연구위의 새 민방 필요논리 구성민방설립안 날치기 통과의혹 속에 민방주체 선정」이라는 전체구도가 정치권을 위한 방송국 장악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민방주체 선정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절차상의 비민주성,비공개성의 문제이다. 정부는 신청기업의 내막이 알려져 선의의 피해가 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청기업이나 신청자의 명단을 처음 공개하지 않았고,선정 뒤의 내역도 알릴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앞뒤 사정으로 보아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신청이 끝난 뒤 선정기준을 뒤늦게 발표한 것도 결재가 늦어 그렇게 됐다는 것인데,이 역시 옹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당초 방송의 공익성을 감안해 제조업 등 공익성 있는 사업주를 고려하기로 했다가,단기간에 특혜설 속에서 회사를 키운 건설업자를 지배주주로 선정하게 된 것도 비난을 받을 소지를 부인할 수 없다. 사전내정설만 해도 그렇다. 관련업체의 주가가 연일 뛰고 특정기업 내정설이 난무했다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민방추진위가 지배주주 선정을 하기 위해 회동하기도 전에 알 만한 사람들은 낙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민방 파동은 새로운 상황까지 등장함으로써 국면이 보다 복잡하게 얽혀가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80년 언론통폐합 때 방송주식을 빼앗긴 것은 「초법적인 물리적 강제에 의해 이루어진 불법행위」라는 최근 법원의 판결은 정부가 전혀 예기치 못했던 변수가 된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통폐합 때 방송국이 없어진 TBCㆍDBS 등 민방이 이를 계기로 「복권」의 움직임을 보일 것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와 관련,벌써 방송구조 전면 재검토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는 민방 파동이 제기한 본질문제에서 이제 탄력적 대응을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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