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9개 도시 순회… 과거 척결 다짐 달변과시 바웬사/신중한 자세 유세도 옥내집회… “능력 앞서” 여론 마조비에츠키/“「촌뜨기」와 「햄릿」의 대결” 풍자「햄」(Chamㆍ폴란드어로 촌뜨기를 뜻함)과 「햄릿」의 대결. 고단한 시절의 동지에서 대권을 앞에 두고 정적으로 갈라선 폴란드 자유노조위원장 바웬사와 마조비에츠키 총리간에 대통령직을 놓고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 한판승부를 풍자한 말이다.
오는 25일 실시되는 폴란드 대통령선거에는 바웬사,마조비에츠키 외에도 농민당의 로만ㆍ바토쉬체,사회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꾼 구공산당의 발도르지미에르ㆍ치모세비치 등 모두 6명이 후보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동구권 최초로 민주혁명을 성취한 폴란드 자유노조의 양대 지도자 레흐ㆍ바웬사와 타데우스ㆍ마조비에츠키간의 대결이라는데 이론의 여지는 없다.
양자의 대결은 「고난은 함께 겪을 수 있어도 영광은 함께 나눌 수 없다」는 비정한 정치세계의 논리를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또한 양자의 성격과 행동양식이 지극히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더욱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선거가 과열되면서 대조적인 양자의 성격은 정치풍자가들의 호재거리가 되고 있다.
우선 바웬사에 대한 풍자. 「바웬사가 예루살렘의 예수묘지 근처에 자신의 묘자리를 15만달러를 주고 샀다(바웬사도 예수처럼 목수의 아들). 그리고나서 그는 한 측근에게 3일동안 있다가 나오기에는 너무 비싼 값을 치른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 풍자는 바웬사가 대통령이 되기에는 좀 능력이 모자라는 촌뜨기라고 비꼰 것이다.
이에 반해 마조비에츠키에 대해서는 「그가 대통령선거 이전에 자신이 후보중의 하나라고 말할는지,선거가 끝난 후에 말할는지 모르겠다」라는 풍자가 유행하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고 말이 없는 그의 자세를 꼬집는 것이다.
유세방식에서도 양자의 차이는 극과 극을 달린다.
정열적이며 다변가인 바웬사가 10월 첫 3주동안 9개 도시를 순회하며 유권자 10만명과 만난 반면,마조비에츠키는 바웬사보다 2주 늦은 10월14일에야 첫 유세를 시작했다.
그것도 옥외집회가 아닌 옥내집회였으며 유세장소의 좌석수라야 겨우 8백석이었다. 바웬사가 청중들의 즉석 질문에 거리낌없이 대답하는 반면 마조비에츠키는 선거운동원이 미리 접수한 질문에 대한 답변자료를 지루하게 읽어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렇게 보면 바웬사의 일방적인 게임일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지지도는 조사기관에 따라 엎치락 뒤치락 하는등 백중세 현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중을 사로잡는 바웬사가 능력면에서 의심을 받고 있는 반면,어려운 시기를 잘 이끌어온 마조비에츠키의 능력과 그의 총리직에 대한 헌신은 바웬사의 열렬한 지지자들마저도 인정하는 바이다.
바웬사는 마조비에츠키 총리정부가 개혁에 미온적이며 과감하지 못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과거의 비밀경찰이 문서를 파기하는 것을 묵인했는가 하면 또한 공산당이 해체된 뒤에도 반년 이상씩이나 공산당 출신 각료를 내각에 머무르게 했다는 것이다.
바웬사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날이 선 도끼」로 과거의 유산을 척결하겠다고 호언한다. 이에 대한 마조비에츠키 진영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바웬사는 데마고그에 의한 중우정치를 펼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취약한 폴란드의 민주정치 기반이 흔들리고 결과적으로 서방투자가의 발길을 돌리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양진영의 주장은 자유노조를 노동자그룹과 지식인그룹으로 두쪽으로 갈라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폴란드 국민들 마저 분열시켰다.
선거의 과열화현상은 바웬사와 마조비에츠키 어느 쪽이 대통령감이냐는 문제를 놓고 말다툼을 벌이다 사위가 장인을 죽인 사건까지 발생한데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양자의 결별이 폴란드 국민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결단을 강요하고 있느냐는 자유노조 출신인사의 발언이 대변해준다.
상원부의장인 쿠라트프스카는 『나는 폴란드 앞날에 대해 비관하지 않을 수 없다. 「바웬사 대통령」도 생각할 수 없지만 그의 낙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유동희기자>유동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