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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각서」 수사로 고민/「정치적 사건」 어떻게 처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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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각서」 수사로 고민/「정치적 사건」 어떻게 처리하나

입력
1990.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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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죄」 요건 해당되나/수사의 실효성엔 회의민자당의 박준병 사무총장이 3일 최근 정치권에 회오리를 몰고온 내각제 합의각서 유출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키로 발표함에 따라 이 사건을 둘러싼 법적용 및 수사의 실효성 문제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자당은 이 사건이 절도사건에 해당한다고 판단,검찰에 고발하는 형식으로 사실관계를 밝혀 공작정치라는 의구심을 해소시키려는 의도를 갖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의 설명에 의하면 박총장의 책상서랍속에 보관돼 있는 문제의 각서를 지난 5월15∼20일사이 누군가 꺼내어 언론사로 가지고 가 봉투를 뜯고 사진을 찍은 뒤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사건의 내용이다.

민자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검찰은 정치적사건을 검찰권에 떠넘겨 해결하려는 것에 내심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법적용문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이 사건에 관련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죄명은 민자당이 발표한 절도와 비밀침해,주거침입 등이 있다.

형법 329조에 규정된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것은 내각제 합의각서가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재물에 해당되는냐의 여부. 우리나라의 판례는 절도의 대상물인 재물이 반드시 경제적 교환가치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어서 주민등록증,연애편지,사진 등을 훔쳤을때도 절도죄를 인정하고 있어 이 사건도 일단 절도죄의 범죄구성 요건에 해당된다.

다만 문제의 각서를 소유할 의사없이 사진을 찍거나 복사한뒤 되돌려 놓았다고 주장할 경우 우리 판례상 처벌할 수 없는 「사용절도」에 해당될 소지가 있어 법적논란의 여지를 안고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형법 316조에 있는 비밀침해죄에 해당한다는 데는 거의 이론이없다. 이 죄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서신,문서 또는 도화를 개파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있는데 연애편지 등 봉투속에 어떠한 내용이 있었더라도 일단 봉투를 뜯음으로써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것이 돼 범죄가 성립된다.

또 형법 319조의 「사람의 주거 또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주거침입죄는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평소 박총장의 방을 드나들던 사람이라도 문제의 각서를 훔칠 목적을 가지고 몰래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만 우연히 비어있는 박총장의 방에 들어갔다가 각서를 발견,들고 나왔다면 처벌할 수 없다.

민자당의 설명대로 각서가 정치공작에 의해 고의적으로 유출된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절취해 언론사에 주었다면 형법상의 몇몇 죄명을 적용할 수 있으나 여기에는 또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와 부딪칠 소지가 있다.

문제의 각서가 공개되기 전까지 민자당은 공식적으로 내각제를 밀약한 사실도,각서를 남긴 사실도 부인해왔다는 상황을 고려하면 아무리 형식적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한다해도 처벌하기 어려워진다.

전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을 폭로해야하는 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위한 언론의 공익적 취재행위는 정당성을 갖기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법률적 문제보다도 검찰이 더욱 고심하고 있는 대목은 수사의 실효성 문제이다. 민자당에서 고발해오면 물론 수사에 착수해야하는게 검찰의 임무이지만 수사의 관건이될 「언론사의 각서입수경위」를 밝혀낼 수 있느냐하는 것은 미지수다.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취재원보호를 생명으로 여기고있어 아무리 언론사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한다해도 각서입수경위를 알아낼 수 있는 법률적인 강제수단은 없다.

때문에 검찰은 법률적용에 논란이 있고 수사의 실효도 없는 정치적 사건을 사법적 처리에 맡긴다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민자당이 정식고발해 오지않기를 바라고 있는 형편이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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