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과도한 가격인상 요구 등 요인 때문에 차세대전투기사업(KFP)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임을 밝힌 뒤 미국측 당사자인 맥도널 더글러스사(MD)는 한ㆍ미 양국 정부와 협의해 원만한 계약을 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 아마도 MD사는 한국 정부가 지금에 와서 구매선을 바꾸거나 기종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기 어려운 사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깊은 내막을 우리로서는 알길이 없으나,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이 사업이 국제정치의 거래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정부가 MD사의 FA18 기종과 제너럴 다이내믹스사(GD)의 F16 기종간의 수주경쟁에서 FA18을 선택한 것은 ①성능 ②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 발전과제까지 감안한 첨단기술 이전 ③성능에 상응하는 적정가격 등 항목에서 FA18 쪽이 낫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었다. 이 마당에 와서 ②와 ③이 새삼스럽게 문제가 됐다는 것은 그동안 계약을 전제로 한 협상단계에서 무엇인가 차질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당초 기종선정 과정에서부터 MD사는 제시가격이 후일 계약,구매단계에서 추가인상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다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느닷없이 첨단장비 추가장착,기술이전료의 변동 등을 이유로 무려 47% 선(1조6천억원 상당)의 가격인상을 요구하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MD사는 가격인상의 요인이 예상보다 높은 자국의 인플레와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한국측 요구에 부응하는 높은 수준의 기술이전에 비용이 더 들게 됐다고 주장하는 모양인데,인플레요인은 다소 수용하는데 신축성이 가능하나 기술이전료의 경우는 기종선택 과정에서 분명한 선을 그었어야 했다고 판단된다.
원래 국제무기 상인들은 일반무기 거래에 있어서도 포신을 헐값에 팔고 나서 포탄공급시 가격을 터무니 없이 비싸게 올려 대안이 없는 구매자를 울리고 있는 게 관례인데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그같은 속성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게 아닌가 여겨진다. 더구나 고도의 성능을 지닌 첨단무기는 공급자가 극히 제한돼 있어 일단 특정사에 문호를 개방하면 지배피지배 관계가 구조화되게 마련이다. 때문에 발을 들여 놓을 때 바가지를 쓰지 않게 끔 명확하게 계약조건의 테두리를 확보해 놓았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차세대지원전투기(FSX) 사업도 미ㆍ일 공동개발계획이 일방적으로 일본에 불리하게 돼 있다 해서 야단이 났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는 없었을까.
지금은 첨단에 있다는 FA18도 우리의 면허생산이 끝나는 2천년대에 가서는 주력기종으로서는 구형에 속한다고 보아야 하는 만큼 일단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면 과감하게 대안도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KFP사업의 추진 불가피라는 안보상황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경우에 따라 「계획」을 백지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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