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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대권… 벼랑끝 민자 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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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대권… 벼랑끝 민자 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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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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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을 일주일째 혼미에 빠뜨린 내각제 합의각서 파문은 종국적으로 「당권」문제로 귀착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이었던 「내각제 포기」가 이미 기정사실화됐음에도 김영삼 대표가 청와대회동 요청까지 유보하며 계속 버티고 있는 것은 당권에 대한 보장 때문인 것이 확연해졌다. 이같은 버티기는 주초로 예상되는 노태우 대통령­김영삼 대표의 회동에서 최종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이지만 김 대표의 요구수위는 매우 높고 노 대통령의 양보수위는 매우 낮다고밖에 볼 수 없어 수습 자체가 위기에 직면한 양상이다. 또한 내각제 포기에 따른 「노 이후 구도」가 예상을 빗나간 상태에서 김 대표의 당권을 「무장」시켜줄 경우 민정ㆍ공화계의 정치적 불안에 따른 반발을 무마하는 것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다. 합의각서의 백지화로 정치적ㆍ개인적 신뢰관계도,타협의 정신도 고갈된 민자당은 비록 분당사태는 피한다 하더라도 「당권」과 「대권」 후보를 둘러싼 파워게임으로 정국은 바람잘 날이 없을 것 같다. 각서파문을 둘러싼 민정ㆍ공화계와 민주계의 전선을 알아본다.◎민주계의 시각/“완승 아니면 완패” 엄포 진로 정해진듯

파경과 재결합의 갈림길에 서서 5일간의 「마산구상」을 거듭한 김영삼 대표의 2단계 정국행보가 임박해지고 있다. 지난 2일 여권의 특사인 김윤환 총무와 만나 노태우 대통령에게 전달할 자신의 주문과 결심을 분명히 밝힌 김 대표는 3일 마산 무학산에 오르는 등 외견상 「천연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절충론을 펴는 몇몇 김 대표 측근 및 민주계 중진의원들의 견해와 여전히 강경론을 굽히지 않는 소장파 의원들의 입장이 맞서 있긴 하나 『이미 김 대표의 마음정리는 끝났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현재로 김 대표의 마음정리가 어느 쪽인지를 단언하기 힘들지만 김 대표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 때보다 더욱 뚜렷이 「원칙」 쪽에 기울고 있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그가 노 대통령의 청와대회동 요청에 태도표명을 유보한 것도 같은 맥락.

측근들은 『그동안 여권 2인자로서의 모양새 갖추기에 노력해오던 김 대표가 노 대통령에 대해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그의 심중을 읽게하는 중요한 단서』라며 『당총재와 대표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지 않고는 당을 이끌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비록 『김 대표가 반대하는 내각제개헌은 불가능하다』는 민정ㆍ공화계의 현실인식을 강요한 것은 나름의 수확이지만 향후 당권 또는 당기강 확립에 대한 확실한 보장 없이는 불씨의 재연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정도의 차이야 있지만 민주계내 강 온 양기류 모두가 분명히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그동안 노 대통령이 김 대표를 보는 잣대가 일관성이 없었음을 주장한다. 『연내에 내각제 논의를 않는다』고 해놓고 김 대표도 모르는 새 공공연히 내각제 추진문서가 나돌아 다녔던 것은 하나의 예일 뿐이라는 것. 각서 유출에 김 대표가 심한 배반감을 가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돼야 한다는 얘기이며 따라서 두 사람간 신뢰회복의 제도적 장치마련은 당권 변경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상도동소식통들은 『노 대통령의 통치기반 안정을 위해서도 효율적 당운영이 전제돼야 하는만큼 김 대표가 당을 주도할 수 있도록 당권이 대폭적으로 대표에게 위임돼야 한다』는 말을 숨기지 않는 실정이다. 당권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김 대표측은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공천권을 포함한 인사권의 상당부분을 쥐지 않고는 어떤 조직도 통솔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문은 김 대표의 의중을 꿰뚫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당권요구의 수위. 김 대표의 고위소식통은 『민정ㆍ공화계 의원들이 김 대표의 당권요구에 반발하고 있는 게 사실이나 이 시점에서 당권 배분문제를 재론할 때가 왔다는 인식도 여권에 적지 않다』며 『김 대표도 여권내의 여러 분위기를 감안,이 부분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청와대회동을 미루고 있는 현실은 김 대표의 계산과 노 대통령의 생각이 어긋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청와대 담판결과가 당의 운명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정가의 일치된 관측이고 보면 김 대표의 저울질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

이와 관련,민주계 중진들은 『계파 이익이 뚜렷이 갈리는 현실에서 대권과 직결된 당권문제를 완승 아니면 완패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노 대통령과 김 대표가 터놓고 얘기하면 접합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신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장파 의원들은 『김 대표 중심의 단일지도체제가 보장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장기적으로 당총재직까지 보장돼야 한다는 완강한 태도.

이들은 또 나름대로 김 대표의 위상까지 감안한 「분당 시나리오」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단기적으로 김 대표의 2선후퇴가 불가피해도 장기적으로 야권통합의 분위기 속에서 새 위상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주된 흐름.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가는 상황을 앞에 두고 김 대표는 거제도 모친묘소와 생가를 찾고 산에 오르는 일상적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내각제 포기선언과 당권보장의 양날을 쥐고나가며 마산에서 5일을 버티고 있는 김 대표의 다음 착수점은 여전히 점치기 어렵다. 다만 측근의원들이 『김 대표는 어떤 협상차원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정치생애를 크게 전환시킬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고 김 대표도 『결정의 시기가 다가온다』며 「중대결단」의 임박을 숨기지 않는 데서 「민자호」는 이제 태풍권에 접어든 느낌이다.<이유식 기자>

◎반민주계 입장/흥정 거부… “재봉합 난망” 한계 분명히

민자당 내분사태가 끝내 수습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벼랑끝」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열흘 가까이 민주계와 대치해온 민정ㆍ공화계의 거의 공통된 시각으로 자리잡고 있다.

내각제 추진구도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상황인식을 절감케된 이상 민정ㆍ공화계는 새로운 활로의 모색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이미 착수한 듯한 인상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2일 저녁 김윤환 총무가 마산에 머물고 있는 김영삼 대표를 만나 서로의 입장을 최종 파악한 직후부터 두드러졌다.

민정ㆍ공화계는 사실상 당총재인 노태우 대통령과의 정면승부를 걸고 있는 김 대표의 의도가 향후 대권가도의 길목을 선점하고자 하는 데 있음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가 당초 내걸었던 내각제 포기와 당기강 확립의 두 가지 요구사항 중 내각제 부분에 대한 「묵시적 수용」을 대답으로 제시,어느 정도 복귀의 명분이 제공된 것으로 믿었던 민정ㆍ공화계는 「당권보장」 요구라는 또하나의 벽에 부닥쳐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민정ㆍ공화계의 반응은 분명하다. 『일고의 가치도 없을 뿐더러 김 대표가 취한 일련의 태도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무거부가 오히려 해당행위라는 시각까지 겹쳐 있다.

김 총무로부터 김 대표 면담결과를 보고받은 청와대측은 이내 냉랭한 공기로 급변했고 노 대통령은 매우 불쾌한 심기를 측근들에게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에 임하는 청와대의 입장은 내각제 포기 등 김 대표가 내민 요구사항과는 별도로 당이 우선적으로 정상화돼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김 대표 개인이나 민주계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당운영이 좌지우지돼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청와대를 위시한 민정ㆍ공화계의 입장은 이렇듯 「당복원」이 무슨 흥정이나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노 대통령으로서는 더이상 당내분이 이런 식으로 지속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 나름대로 당정상화를 위한 복안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곧 「노­김 회담」이란 담판형식 자체도 이런 상황에서는 고려될 수 없다는 일부 청와대측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당총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금명간 모든 당원을 향해 이번 사태에 따른 총재의 입장을 공식천명함으로써 사태수습에 직접 나서는 한편,역으로 김 대표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민정ㆍ공화계는 이번 사태의 결말은 3당통합의 의미를 냉정하게 되씹어보는 것으로 비로소 구해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 요컨대 3당통합은 이에 참여한 정치지도자 내지 정치집단의 「기득권 포기」로 등식화될 수 있다는 게 그것.

3당통합은 한마디로 「차기」와 관련해 똑같은 기회를 부여한 것이며 이는 자유경선의 논리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특정인에게 당권을 인위적으로 양도한다는 것 등은 통합정신과 상치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김 대표가 과거 청와대회동 등에서 『내각제는 어렵다』는 의사를 거듭 밝힌 것과 거의 같은 강도로 김 대표에게 설명됐던 사항임에도 이제는 내각제를 물리친 뒤 「대권을 보장하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어차피 「재봉합」이 어렵다는 상황 인식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박준병 총장이 뒤늦게나마 각서유출과 관련한 당국의 수사를 의뢰한 것 등도 따지고 보면 「다시 합치기는 어렵다」는 일차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태준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정계 중진들이나 김 최고위원이 이끄는 공화계 의원들이 지난주말을 전후해 잇단 모임을 갖고 『김 대표와 당수뇌부가 어떤 밀약을 갖고 협의를 한다 해도 이를 단호히 거부』키로 의견을 모은 것도 같은 맥락.

이 자리에서 민정ㆍ공화계 의원들은 『내각제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만큼 김 대표는 당연히 당무에 복귀해야 하고 각서 유출경위도 분명히 해명돼야 하지만 당권문제를 갖고 어떤 「뒷거래」가 오간다면 이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경론을 집약했다.

당운영의 조속한 정상화 필요성이 유일한 명분이란 차원에서 그동안 신중론과 강경론이 교차됐던 분위기가 마지노선을 분명히하는 한목소리로 응집돼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일탈」을 용인하는 절차상의 수순만 남았다는 게 민정ㆍ공화계의 일치된 시각으로,정리의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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