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처럼 보약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국내에서의 굼벵이ㆍ개구리ㆍ지렁이 파동도 모자라 걸핏하면 외국에까지 몰려나가 말썽을 일으킨다. 북경아시안게임 참관 관광객들의 한약재 싹쓸이 쇼핑이 나라망신으로 크게 문제가 됐던 것도 엊그제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약재 소동이 엉뚱한 곳에서 또 터져 모두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북방정책의 결실로 모처럼 가족상봉을 위해 40∼50년 만의 귀국길에 나선 중국교포들의 귀국 보따리가 그 진원지이다. 무분별한 우리 여행자들을 통해 한약재나 녹용ㆍ웅담 등 보약에 대한 국내의 지나친 관심을 알아차린 교포들이 귀국 때 중국 한약재를 챙겨오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황청심환ㆍ편자환 등 한의학 종주국인 중국에서 교포들의 보따리에 담겨 건너온 약재들은 좋은 값에 날개 돋친듯 팔렸다. 처음엔 교포들도 선물 삼아 가져오던 것이 어느덧 여행경비를 빼려는 심리로 발전했고,드디어 중국에서의 생활기반을 마련하려는 방편으로까지 변질하면서 교포들의 입국장 세관검사대는 약종상을 방불케 할 정도로 한약재로 넘쳐흐를 지경이 됐다. ◆사정은 짐작할 만했다. 그곳에서 어렵게 사는 교포들 처지에 외환사정도 여의치 못해 한약재라도 가져오는 것으로 보고 당국도 그동안 관대한 조치를 취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하던 부작용이 생겼다. 보건연구원의 중국제 한약에 대한 성분 분석결과가 발표되면서 유해성분 포함 문제로 시세가 폭락,한약재가 팔리지 않게 되면서 한밑천 잡기는커녕 돌아갈 여비도 건지지 못한 교포들이 한약재를 싸들고 서울거리를 해메기 시작한 것이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한약 행상에 나선 교포들의 사정이 정말 딱하다. 『장사가 될 줄 믿고 빚 얻어 사왔는데,우릴 망하게 했다』고 아우성 치는 교포들의 원망을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중국당국과의 협조로 출국 전에 미리 철저히 계몽하는 문제도 그렇지만 떠돌이 교포들의 귀환대책도 아울러 마련해줘야 할 것 같다. 따지고보면 우리의 무분별한 보약병이 모든 말썽의 씨앗이 아닌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