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담 열려도 「전후보상」 논란 예상일본과 북한간의 북경회담은 예상대로 별다른 성과 없이 이틀간의 일정이 끝났다.
정부간 공식접촉으로는 처음이었던 이번 회담에서 쉽사리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첫째가 보상문제,그 다음이 본회담 개최시기 및 의제에 관한 양국의 근본적인 이견 때문이었다.
지난 9월 일본과 북한의 3당회담 때 북한측에서 예기치 못했던 국교정상화 제안이 나왔을 때 내심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일본은 그 제안의 저의를 의심했었다. 국교정상화 없이는 보상에 응할 수 없다니까 보상을 노려 수교를 제안한 것일 뿐 진실한 수교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6개월내의 수교를 목표로 정부간 접촉에 임하겠다는 북한측의 태도가 확인되고부터는 일본측이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전후 45년간의 적대정책에 대한 보상까지를 담은 3당 공동선언에 대한 격렬한 비난매국외교니 조공외교니 하는 전국민적인 반발을 진정시키면서 국교정상화란 목적을 이루어야 하게 된 것이다.
하루빨리 보상을 받아내기 위해 국교수립을 서두르는 북한측에 3당 공동선언 문제로 발목이 잡힌 일본은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벌어야 할 입장이다.
이 때문에 대북한 교섭의 바통을 넘겨받은 일본 외무성은 자민당처럼 그렇게 호락호락 끌려다닐 수는 없다는 입장을 큰 소리로 떠들어왔다. 운신의 폭을 졸라맸던 제18 후지산(부사산)호 선원도 석방돼 더이상 저자세 외교란 비난을 받을 이유도 없어진 것이다.
3,4일의 예비회담에서 북한측이 말끝마다 3당선언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그 의의와 역사성을 강조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선언」 내용에 들어있는 조기보상을 실현시키려는 저의였다. 식민지 36년간의 보상에 전후 45년의 보상까지 받아내려는 의도를 간파한 일본측은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존중해야 하므로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것은 북한측의 요구를 거부하는 명분이기도 하지만,45년간의 보상에는 응할 수 없다는 분명한 의사표시였다. 실제로 일본은 한미 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보상 및 경제협력이 북한의 군 증강에 이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아내라는 한국의 요구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을 수용토록 촉구하라는 미국측의 강력한 주문은 일본의 안보문제에도 직결되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IAEA와의 교섭에도 미국과의 협정을 조건으로 핵사찰을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한다. 이번 회담에서 그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러한 보도가 사실이라면 양국간의 본회담에 큰 장애요소 하나가 해소되는 셈이다.
그러나 회담시기와 장소 및 의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앞으로 한두 차례의 예비회담이 더 필요하게 됐다.
일본은 회담시기를 내년 1월말 이후로 제안하고 있지만 마음만 내키면 다소 앞당길 수도 있다. 회담장소도 타협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3당 공동선언을 양국의 기본입장으로 기정사실화 함으로써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는 북한측의 생각과 정당간의 선언은 정부에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일본의 생각은 쉽게 좁혀지기 어려울 것 같다.
전후 45년간의 보상을 둘러싼 초반전의 샅바싸움은 본회담이 열려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동경=문창재 특파원>동경=문창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