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기업 태영이 새 민방의 지배주주로 결정된 지난월말 이후 기자는 취재과정서 두 가지 당혹감을 경험해야 했다.그 하나는 경제부 기자로서 평소 안면이 있던 태영측 임원진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취재한 태영의 민방자금 조달방식이다.
회사측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유가증권 50억원,현금 1백5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기본출자금 3백억원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으나 사실은 용인의 골프장건설ㆍ신도시 택지매입 등으로 자금사정이 현재로선 그렇게 넉넉한 편이 아님을 확인했고 태영의 임원진도 그런 사실을 시인했다.
회사측은 그러나 5개 신도시 중 분당 등 3개 신도시아파트 1천여 세대를 11월중에 분양ㆍ청약하게 돼 있어 청약자금만도 2백여 억원이 현금으로 들어와 출자금을 별도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또 공보처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1차로 1천6백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선 민방의 자본금 1천억원(태영 3백억원ㆍ기타주주 7백억원)을 갖고 있으면 국내의 어떠한 은행도 나머지 6백억원 정도는 쉽게 빌려주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우리 금융가의 생리를 잘 모르는 기자의 무지를 탓했다.
자본금 1천억원짜리 거대기업이 설립돼 주거래은행과 거래를 트면 자본금 및 자산규모를 보거나 TV방송국이라는 「영향력」으로 미루어 대출쯤 간단하지 않느냐는 취지이고,그것이 또한 현실을 제대로 본 이야기일 것이다.
쉽게 말해 건축자재를 사서 아파트를 지어달라고 계약자들이 맡긴 청약대금으로 출자를 하고 아직 세워지지도 않은 방송국을 담보로 은행빚을 얻어내려는 게 새 민방주인의 생각인 것이다.
또하나의 당혹감은 태영을 둘러싸고 나도는 갖가지 배후설이다. 민방주주들의 이력서ㆍ재무제표 같은 원초적 자료들만으로 이같은 의혹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은행빚 얻어 장사하는 것이 본업인 상인들에게 사회의 공기인 TV를 맡길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의문일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생활의 윤활유가 되어야 할 언론매체로서의 민방이라면 출범부터 보다 산뜻하고 공명정대한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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