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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민자/조재용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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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민자/조재용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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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회와 휴회를 거듭해온 국회는 1일 하오 본회의에서 5번째의 휴회결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의 휴회결의에는 여느 때와 다른 기묘한 공기가 감돌아 파행과 침체정국에 스산함을 더해주는 듯했다. 냉랭한 것도 아니고,긴장감이 도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적대적이라고 꼬집기도 어려운,그야말로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법정정기국회 회기의 3분의 2가 공전을 기록하게 됐다.민자당 단독으로 소집된 회의임에도 그 분위기를 유심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민정ㆍ공화계와 민주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내분이 사실상 분당상태나 다를 바 없는 양상이기 때문이었다. 마산에 내려가 있는 김영삼 대표는 물론,민주계 당직자들이 집단으로 당무를 거부한 가운데 당운영은 모든 것이 임시ㆍ약식의 절름발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 이날 국회 본회의도 민주계 의원들의 집단 「등원거부」 우려가 한때 팽배한 바람에 의사정족수 확보를 위해 민정계는 비상연락망을 가동하는가 하면 지방출장중인 의원수송을 위해 헬기까지 준비하는 법석을 떨어야만 했다.

『요즘 정치가 걸핏하면 등원을 거부하려는 풍조가 잦아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박준규 국회의장의 인사말에 전과 달리 야당 관련 언급이 쏙 빠져버린 것도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집권당의 자화상에 대한 자괴가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회의는 우루과이협상지원단과 국제의회연맹대표단의 「의원외교」 활동보고로 이어지고 있었지만,「급변하는 세계정세」 「농산물 시장개방 우려」 운운의 보고내용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과 당 밖에서 제각기 『차라리 깨자』고 상호부정의 핏대를 올리던 계파들에게는 공허하기만 한 것이었다.

같은 당이름 아래 한 회의장에 앉아 서로를 「소 닭 보듯」 배척하고 있는 이들에게서 「구국적 합당」이 「망국적 파당」의 해악으로 둔갑한 소이를 새삼 따져보려는 것 역시 하릴없는 짓이었다.

『나라의 안정을 위해 과반수의석이 필요하다』고 했던 이들이었고,『예산안 처리 등 국정수행을 위해 단독국회운영이 불가피하다』고 엊그제만 해도 대야 으름장을 놓던 이들이었다. 「휴회결의에 동의하는가」라는 의장의 물음에 건성의 대답을 던지곤 기다렸다는 듯이 따로따로 몰려나가는 민자당 3계파를 보고는 회의초반 딱 꼬집기 어려웠던 미묘한 느낌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볼썽 사나운 민자당이 본회의장의 3분의2나 차지하는 장면이 도대체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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