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 주체 결정을 보고재벌의 홍보기구 및 돈벌이 도구라고 상업방송을 매도하고 「국영화」함으로써 한국적 공영 독점방송을 운영해온 정부가 작년초 바로 그 상업방송의 재도입을 골자로 한 방송구조 개편안을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그리고 「왜」 돈벌이 도구인 상업방송을 정부가 재도입하려는가의 의문과 문제제기가 만만찮았고,「정부에 의한 방송장악 음모」란 의혹과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공보처는 재벌의 방송배제,세계적 추세,공영과의 경쟁을 통한 질적향상,기술진보에 따른 채널독점의 불필요성 등의 명분을 내세우며 민방계획을 추진했다. 「방송제도연구위」의 구성에 의한 민방합리화 작업,민방설립 법안의 날치기 통과,그리고 엊그제 민방설립위원회에 의한 민방운영 주체 선정을 끝냄으로써 이제 「자율적 민방」을 빙자한 「국영」 상업방송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이것은 정부에 의한 「방송장악 의도」가 의혹이나 추측단계가 아니라 방송 현실로 국민앞에 구체화하여 출현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다수 국민과 방송계 전반의 반대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그 개악된 방송구조가 정착해갈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공보처가 「민영」으로의 방송구조 개편을 무리하게 서둘러 완성시켜 놓은 현실을 가리켜 국영적 상업방송이니,권력의 통제 아래 있는 「부자유 방송」으로 개악되었느니 하고 비판하는 이유와 근거는 절차상의 탈법성과 비합리성 그리고 입법내용상의 비민주성과 반정론성이란 두 줄기로 압축ㆍ설명된다.
「방제연」 보고서의 기본정신을 무시하고 부분적이고 선택적인 내용으로 「합리화」된 정부 입법안이 여당의원 8명만이 모인 국회 문공위에 상정ㆍ심의ㆍ통과되는 시간이 겨우 30초 걸렸다는 것이 상궤를 벗어난 탈법이요,그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데도 「날치기」와 「위법」의 절차를 거쳤으니 이는 법으로서 확정되었다고 하기 어렵게 돼있다(헌법소원이 받아들여졌고 법원 판결이 유보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그런데도 정부는 그 법안을 확정입법으로 상정하고 민방설립 자격기준이나 요건도 마련하지 않은 채 민방설립 운영 주체자 신청을 서둘러 받았으며 민방설립 추진위원회를 발족,작동시켰다.
이에 따라 방송광고 시장구조로 볼 때 민방을 차리기만 하면 연 1백50억원의 순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현재의 한국방송 상황에서 60개의 집단과 개인이 앞다투어 민방설립 주체가 되겠다고 신청을 냈던 것이다. 정부는 신청이 끝난 상황,즉 민방설립 신청자들의 성향과 신분을 파악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자격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심중에 두고 있는 특정인(집단)에게 그 「황금알 낳는 거위」를 안겨주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방송 유관집단이나 문화관련 설립주체자들(예컨대 기독교 방송등)은 자격미달로 일찌감치 탈락되고,관급공사를 대거 수주하고 군납사업과 골프장,주택건설업체인 「태영」이 민방설립 적격자로 낙착되었기 때문이다.
「황금거위」를 선물로 받은 기업이 방송언론을 설립ㆍ경영할 경우 그 특혜를 준 정부의 지시와 요구에 대해 독립적이거나 반대해서 언론활동을 하기 어렵게될 것은 자명하다.
절차나 과정상의 비민주성보다 민방입법 내용의 탈민주성과 반정론성은 더욱 더 비판과 거부의 대상이 된다.
청와대에서 방송사장들이 임명되어 내려와 방송의 권력기구화가 용이했던 5공때와 달리,6ㆍ29 이후 방송노조와 공정방송위원회 등의 방송민주화 노력이 본격화하면서,정부의 「민방」을 통한 방송의 권력기구화 시도가 「민방도입」으로 구체화함으로써 민방도입은 방송을 정권유지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려는 기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재벌이나 자본의 방송지배를 막겠다던 정부의 민방합리화 시도는 컨소시엄이란 기업집단(자본)에 장악된 방송을 가능케함으로써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가 없게 되었다. 공영과의 경쟁으로 인한 방송의 질 향상도 상업방송의 생존논리에 비춰 공영방송을 잡아먹는 거대한 자본독점적 상업방송에 의해 방송이 획일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처음부터 민방도입 입법은 여론을 수렴하여 민주적 동의를 얻기보다 결정부터 해놓고 추후 동의를 강제하는 식으로 여론홍보에 몰두한 것이어서,「무리」와 「비민주성」을 동반하게된 것이며 아직 국민적 저항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신문과 더불어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방송언론의 허가를 정부나 권력기관이 행할 수 없음은 검열 언론내지 허가언론제도를 부정하고 있는 민주헌법의 정신이다.
따라서 정치권력과 재벌,자본가 등으로부터 자유롭고 중립적인 공익적 독립기구에서 방송설립자 자격기준을 제시하고 또 적격자를 선정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FCC 같은 기구는 좋은 보기일 것이다 .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