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계 묘책 못찾고 관망… 「만일사태」 대비도/민주계 “행동통일”속 탈당엔 아직 강온 갈려/노대통령 「모종지침」 시달 주목김영삼 대표의 내각제 반대 표명 이후 분당의 위기까지 치달은 민자당의 내분이 수습의 기미는커녕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민정ㆍ공화계와 민주계의 대치형국은 1일 원외지구당 위원장들간의 별도모임 등으로까지 확산,바야흐로 전면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날 김종필ㆍ박태준 최고위원과 김윤환 총무 등이 중심이 돼 수습방안 마련과 관련해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어서 2일을 고비로 수습여부의 윤곽이 잡힐 듯한 전망.
이날 하오 김 총무는 민주계의 김우석 비서실장과 민정계의 김진재 총재비서실장을 불러 양쪽 분위기를 전달받고 적극수습에 나서기로 의견을 집약.
또 이날 저녁에는 김 총무와 황병태 의원의 접촉이 잇따랐다는데 황 의원은 『주말 전에 상황변화가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새 절충안이 모색되고 있음을 암시.
○…민정ㆍ공화계는 이날 김종필 최고위원이 주재한 당직자회의에서 김영삼 대표의 조속한 당무복귀를 촉구하는 선에서 위기수습을 강조하곤 있으나 뽀족한 수습책이 구해지지 못하는 현실을 십분 감안,「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는 눈치.
이와 관련,민정계를 향도하고 있는 박태준 최고위원은 지난 31일 저녁 청와대를 극비방문,노태우 대통령에게 사태수습을 위한 당의 입장을 공식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노 대통령 역시 모종의 지침을 시달한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
김윤환 총무는 『분당만은 막아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인식』이라면서 『해결방법도 묘책도 없다.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고 난감한 표정. 김 총무는 자신의 마산행에 대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내가 가서 김 대표가 당에 복귀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몰라도…』라며 구체적 고려사항이 아님을 시사.
특히 김 최고위원은 이날 상오 청구동 자택에서 『모두가 조용한 시간을 갖고 냉정하게 스스로를 진정시켜야 한다』면서 김 대표의 당무거부와 마산행을 『틀물래짓』(어린애가 부모에게 떼쓴다는 충청도 사투리)에 비유하며 불쾌감을 표시해 전과 다른 모습.
민정ㆍ공화계 의원들은 이날 의원회관 등지를 이용,삼삼오오 모여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이었는데 한 중진의원은 『설사 김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다고 해도 그에게 당권을 모두 맡길 순 없으며 적절한 수습책이 나오지 못할 경우 우리 쪽에서도 분당 등 적극적 방향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민주계에 대한 완강한 분위기를 소개.
한편 이날 하오 김ㆍ박 최고위원과 김 총무는 김 최고위원방에 모여 한동안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숙의했는데 갑자기 『14대까지 가기로 했지 않느냐』라는 김 최고위원의 고성이 문밖까지 새어나와 분위기가 일순 긴장. 평소 목소리를 자제해오던 김 최고위원이 이날 전에없이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데 대해 당사주변에서는 한때 『내각제문제를 놓고 새로운 절충안이 모색되는 게 아니냐』라는 추측도 대두
○…청와대는 당 내분사태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인식 아래 노재봉 대통령비서실장과 최창윤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중심이 돼 당직자들과 수시로 접촉을 가지며 수습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별다른 묘책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
노 실장은 『이번 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노력중』이라면서도 김 대표측의 움직임이나 청와대측의 방안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회피,가급적 청와대의 적극개입 인상을 피하려는 인상.
노 실장은 합의각서 유출문제에 대해 『유출경위는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해 유출경위에 대한 조사가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암시.
○…민주계 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시내 가든호텔에 모여 「행동통일」을 거듭 결의,『내각제개헌 추진은 6ㆍ29선언과 배치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김 대표에 대한 전폭지지를 재확인.
민주계 의원 55명 중 50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 박경수 의원을 비롯한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김 대표가 적당한 미봉책으로 타협해 당무를 재개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이미 탈당결심을 굳혔다』고 공언.
김운환ㆍ강삼재 의원 등은 『민정계가 내각제개헌 추진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강행하려는 것은 배후에 정계개편을 노리는 정치공작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고 박용만 의원은 「김 대표 당무재개불가」를 소리높이며 본회의 불참을 제의.
이에 대해 김동주 의원 등은 『당과 국회는 별개라는 차원에서 국회등원은 당연하다』고 반론을 펴 만장일치로 일단 등원을 결정.
그러나 강신옥 의원 등은 『지금 민주계 의원들은 합당정신을 냉정하게 돌이켜 봐야 할 시점이며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한 번 더 인내해 타협점을 모색하자』며 온건론을 제기.
결국 이날 모임에서 강온론이 엇갈림에 따라 민주계 의원들은 계파의원 회합을 계속해가며 사태추이를 지켜본 뒤 필요하다면 대책위를 구성키로 의견을 집약.
○…민주계 의원들의 모임과 때를 맞춰 구민주당의 원외지구당 위원장들도 이날 상오 여의도 맨하탄호텔에서 회동,김 대표와 행동을 같이하기로 결정.<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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