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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 낙점 후유증… 각계 “의혹”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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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 낙점 후유증… 각계 “의혹”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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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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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취소요구 정치쟁점화 태세/“6시간 심사”… 「내정설」 뒷받침/공보처의 부인도 설명부족… 의심 더 커져민방주체선정작업은 마무리 되었지만 사전내정설은 각종 의혹들이 계속 증폭되는 가운데 정부는 명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의혹 등에 대한 부인만 거듭하고 있다.

민방참여 신청자중 종교단체ㆍ특정이익집단 대변단체 배제 등의 이유로 탈락한 기독교 방송,중소기협 중앙회 등 몇몇 단체 및 기업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특히 44개 개신교 교단은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의혹과 부인」의 악순환은 계속될 전망이다.

더구나 평민ㆍ민주당 등 야권이 사전내정설ㆍ밀실작업 등에 대한 해명요구ㆍ지배주주선정 취소요구와 함께 국회가 정상화될 경우 정치쟁점화할 것으로 보여 민방주체선정 과정과 결과는 국회와 여론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나돌고 있는 의혹에는 사전내정설ㆍ정치자금설ㆍ재벌잠입설에서부터 「심사작업을 앞당긴 데 대한 의심」에 이르기까지 무수하다. 그중 사전내정설은 여러 소문들의 원천으로 정치상황 등과 관련,새로운추측과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방주체선정작업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재계와 방송계에는 태영건설이 지배주주로 내정돼 있고,그 배후에는 모언론기업이 뒷돈을 대고 있다는 풍문이 퍼져 있었다. 언론사연관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태영이 결국 낙점받았다는 점은 사전내정설이 만만치 않은 근거를 갖고 있음을 입증해주었다.

최병렬 공보처 장관은 태영이 지배주주로 선정된 데 대해 ▲기업내용이 단순해 주력업종을 방송으로 전환하기 쉽고 ▲방송가인 여의도에 연건평 6천5백평 규모의 건물을 소유해 방송사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공보처는 경합후보였던 일진의 경우 허진규 회장과 3개 기업이 공동출자키로 해 자금출자능력에 문제가 있어 배제됐으며,인켈은 해외열세기업을 매입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방송에 전념키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태영건설 역시 최근 마산퍼시픽화학을 설립하고 용인에 골프장건설을 추진하는 등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어 공보처의 설명은 부족한 느낌이다. 더구나 일진의 경우 허 회장 소유의 기업들이 공동출자하기 때문에 단순히 「공동출자」라는 이유만으로 자금출자능력이 의문시된다고는 볼 수 없다.

또한 당초 마련됐던 심사기준 중에는 「공익기여도」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이점이 고려된 듯한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에 부동산을 통한 부의 축적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많음을 감안한다면,『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건설업체가 공익성이 우선시돼야 할 방송을 맡는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됨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사전내정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심사작업을 앞당긴 것과 ▲민간자문위와 민방설립추진위가 요식행위화한 점 등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심사작업을 앞당긴 데 대해 『사전내정설 등의 의혹이 더이상 확산되기 전에 정부가 서둘러 마무리하려 한다』는 뒷말이 계속 나왔다.

공보처측은 『국세청ㆍ안기부 등의 관련자료가 예정보다 일찍 완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자문위 한차례,민방설립추진위 두 차례만으로 「6공의 최대특혜」라는 민방의 주인을 결정한다는 것은 사전내정자 없이는 결코 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민방주체의 최종결정기구라 할 수 있는 민방설립추진위가 30일,31일 양일간 단 6시간 동안 열렸다는 점,그리고 참석장관 일부가 『공보처가 이미 자료를 다 만들어 놓았더라』고 밝힌 점 등은 「결정자 따로 발표자 따로」라는 심증을 굳게 해주고 있다.

30일의 민간자문위도 「들러리 형식」이었다는 후문. 이날 자문위에는 공보처관계자들이 자문위원들에게 준비된 심사자료를 보여주고 심사근거를 설명했다는 것. 그 자료에 의하면 누가 보아도 태영이 낙점받으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 결국 민간자문위ㆍ민방설립추진위가 결정적이고 충실한 심사를 했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판단이 정황증거로 유력해진다.

○…이외에도 선정절차를 공개적으로 진행하겠다던 당초 방침과 달리 신청자명단을 공개치 않으려했던 점,참여가 배제되는 재벌기업의 범위설정이 한동안 유동적이었던 사실,심사선정 기준이 접수마감 후 발표된 점 등도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더 나아가 방송계와 정가에는 92년 정국상황과 연계시켜 민방탄생을 분석하는 시각도 많다. 92년의 선거정국을 앞두고 친여 성향의 민방을 출범시키기 위해 정부가 우군성격의 기업을 사전에 내정했으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방송법을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 시키는 등 지나치게 서두른 듯한 인상을 준 점도 하나의 방증자료가 되고 있다.<이영성 기자>

◎재계 “태영은 부적격 업체” 이구동성/투기ㆍ부실기업 다수 포함 의아/“당초 기준과 위배” 들러리에 심한 불쾌감

민방주체의 낙점이 무명건설업체인 태영에 떨어지자 민방경쟁에 참여했던 관련기업들은 물론 일반 기업들도 정부의 도덕성이 의문시되는 결정이라며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민방주체 결정과정을 지켜본 기업들은 정부가 태영을 민방주체로 선정한 데 대해 아무리 구구한 변명을 하더라도 의혹만 더해갈 뿐이라는 반응들이다.

일반 시민들도 관련기업에 전화를 걸어 정부의 부당한 결정을 성토하는 등 민방주체 선정에 따른 의혹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권계 등 금융가에서는 새 민방참여기업 가운데 증권시장에서의 내부자 거래ㆍ회계장부 조작 등의 혐의로 증권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심지어 국세청의 세무조사까지 받은 「때묻은」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는 사실에 몹시 의아해하고 있다.

금융가에선 당초 정부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민방참여기업으론 제조업을 우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뿐더러 한술 더떠 재테크ㆍ부동산 투기 등 사회적 지탄을 받은 기업을 대거 참여시킨 사실은 속셈을 알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배주주가 된 태영은 지난해 10월 기업공개를 앞두고 25억8천만원어치의 무상증자를 비롯,총 54억원어치의 물타기 증자를 실시,당시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태영은 지난해 12월 코오롱 등 5대 재벌그룹의 골프장 인가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급기야는 인가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재벌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27홀의 골프장 인가를 받아내 현재 건설을 추진중에 있다.

쌍방울의 경우도 업종 다각화라는 명분 아래 덕유산 무주구천동 일대에 골프장ㆍ스키장을 비롯,대규모 종합레저시설단지를 건축중이어서 제조업체와는 거리가 먼 업체들만 골라놓은 듯한 인상이다.

30억원을 출자하게 된 남성은 기업공개시 계열사 매출액을 과대포장하는 등 회계장부상에 문제가 있어 증권감독원으로부터 부실분석기업으로 지적받은 바 있고 증권거래소로부터도 내부자거래 혐의로 정밀매매심리를 받은 바 있다.

남성은 또 계열사 중 하나가 노사분규에 휘말리자 위장폐업 신고,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도 있다.

20억원을 출자하는 흥양도 내부자거래 혐의로 증권당국의 특별검사를 받은 바 있는 등 증권가에서는 주식투기로 대주주가 재산을 불리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기업이다.

한주흥산과 대일건설 역시 제조업과는 전혀 무관한 부동산 임대 및 관리전문업체로 외형도 적어 자금조달 능력에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방참여기업 선정절차에 있어 불투명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이런 절차로 선정된 기업들 역시 정부 스스로가 정한 기준에 정면 배치되고 사회통념상 용납하기 어려운 흠집이 많은 기업들이어서 민방관련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20년 전통의 오디어 전문메이커로 재무구조도 건실하고 방송과도 가장 관련성이 깊어 민방주체로 가장 유력시됐던 인켈은 정부가 무명의 건설업체인 태영을 민방주체로 결정하자 『정부의 선정기준 중에 어느 하나 납득할만한 게 없다』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기업의 전통,매출규모,자금동원능력 수출 및 기술개발의 기여도,방송과의 관련성 등 어떤 부문에서도 태영보다 우수하다고 자신해온 인켈측은 이번 정부의 결정을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단정짓고 『결과적으로 시중에 나돈 소문이 사실로 증명된 셈』이라며 『차라리 탈락돼 구설수에 끼여들지 않는 게 기업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자위했다.

『솔직히 민방이 이슈화되기 전에 태영이 무엇하는 회사인지 전혀 몰랐다』는 인켈측은 최병렬 공보처 장관이 밝힌 태영이 갖추었다는 장점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공박하고 이미 내정된 민방경쟁에 뛰어들어 들러리를 선 격이 된 데 대해 심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편 1일 인켈 서울본사에는 상오부터 일반 시민들의 격려전화가 쇄도,직원들이 당황하기도. 전화를 건 대부분의 시민들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볼 때 인켈이 민방주체로 결정될 줄 알았다』며 『정부가 부동산이 주력인 업체에 민방을 준 것은 이 정부의 도덕성 결여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는 것.

지배주주에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7%의 대주주로 민방에 참여하게 된 일진그룹측도 재무구조나 기업이미지 등에서 뒤진 태영이 주체로 선정된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그래도 민방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지만 소문대로 민방이 정부에 의해 장악된다면 기업이미지가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찜찜한 분위기를 전했다.

중소기협 등과 콘소시엄으로 민방설립신청서를 냈다가 5% 주주(50억원)로 선정되는 데 그친 (주)건영측은 『중소기협과 공동으로 신청하면 여러 가지 잡음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기협이 특정단체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공보처의 해석 때문에 일찌감치 대주주 후보대열에서 밀려났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편 태영의 윤세영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태영이 관급공사로 성장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가 성실히 일하는 업체라는 건설업계의 평으로 대신해달라』고 말한 데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태영의 공사중 약 70%가 관급공사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방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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