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시위가 잘 벌어지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 외국어대 정문앞과 대운동장에는 1일하오 「환영 청량리경찰서 전경대원」 「청량리서 전경초청 친선체육대회」란 플래카드가 늦가을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함께 어울려 공을 차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로 한 3백명의 전경대원들과 만날 수 없어 행사가 무산됐다.오세찬 청량리경찰서장이 학생ㆍ전경 친선체육대회 하루전인 30일 『범죄전쟁 선포에 따른 80일 소탕작전으로 전경병력을 귀 대학에 보낼 수 없다』는 불참 통보를 총학생회측에 해온 것이다.
학생들은 10월제행사(29일∼11월1일)의 일환으로 전경초청 친선 체육대회를 열기로 하고 지난 9월말 오서장의 흔쾌한 동참의사를 받아낸뒤 전경들과의 응어리를 풀고 그들을 기쁘게 해줄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여학생들은 행사 당일 전경들에게 쥐어줄 위문편지를 써 모았고 막걸리 1말내기 축구경기,학ㆍ경이 어우러지는 장기자랑의 경품도 정성껏 준비했다.
학생들은 선물 하나하나에 세심한 배려를 하면서 이날의 합동체육대회를 기다려왔다.
전경들이 부대 내무생활에서 사제 일용품을 사용할 수 없을까봐 남대문 청계천의 속칭 「도깨비시장」까지 가서 군용 물품도 골라보았다.
특히 총학생회는 이번 행사를 위해 어려운 결단까지 내렸었다.
경찰이 학내에 진입할 경우 축제가 엉망이 됨은 물론 전경초청 체육대회가 자동유산될 것을 우려,31일 교내에서 상영하기로 한 북한영화 「소금」 「탈출기」상영을 축제뒤로 미룬것이다.
범죄폭력이 날뛰어도 시국치안에 매달리느라 대응능력을 키우지 못한 경찰이 뒤늦게 「전쟁」을 하느라 바쁜줄은 알지만 이날의 초대에 불응한 것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학생들은 전경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라도 「운동회출동」을 허락했어야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행사를 준비해온 총학생회 기획부장 이현숙양(22ㆍ신방 4)은 『입장이 달라 돌과 화염병을 주고 받는 서글픈 현실이지만 모처럼 이 땅의 같은 젊은이로서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김창배기자>김창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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