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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민자」/정진석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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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민자」/정진석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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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 각서」 유출소동으로 최악의 위기까지 치달았던 민자당 내분이 가까스로 수습될 모양이다.당장이라도 갈라설 것처럼 살기등등하던 계파간 대치형국이 무슨 신통한 접착제같은 비방이라도 있었는지 겉으로는 멀쩡해진다고 한다.

아마도 내일모레면 김영삼 대표와 김종필ㆍ박태준 최고위원 등 당수뇌부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는 낯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될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 여겨지는 대목은 당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면서까지 이내 지각변동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심각했던 요 며칠 사이의 분위기와는 달리 사단의 전과 후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여전히 「내각제 논의를 연내에는 금한다」는 원칙이 3계파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선에서 뒷말 없이 한지붕 밑에 세 식구가 다시 모이게 됐다니 말이다. 바로 그 원칙 때문에 시끄러웠지 않았던가.

그럴 것을 뭣하러 툭탁거렸냐는 물음이 여기서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명색이 집권당이요,국가의 명운을 짊어졌다고 스스로 외쳐온 민자당이기에 하는 소리다.

이번 파문에서 민자당이 얻은 것은 계파간의 뿌리깊은 불신과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몰골을 좀더 선명하게 확인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라고 한다면 지나칠까. 민자당이 「신명나게」 싸워대는 사이에도 물가는 치솟고 주가는 춤췄으며 밤거리는 여전히 두렵고 민심은 흉흉했던 사실을 왜 알지 못하는 것일까. 『차라리 정당,아니 집권당만 없었다면 나라꼴이 이 지경은 아닐 텐데』라는 넋두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이 희화적 현실이 아마도 그들의 「정치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졌던 모양이다.

대통령제가 됐건 내각책임제가 됐건 많은 국민들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내각제하자고 서명을 해놓고 그 사본의 유출배경을 「공작」으로 밀어붙이는 쪽이나 고작 설득력 잃은 유출경위 설명만 나열하며 평지풍파를 일으킨 쪽이나 도덕성에 흠집 가긴 매한가지다.

왜 서명을 했으며,어째서 각서라는 문건이 일반에 공개됐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뒤따르지 않는 한 수뇌부 3인의 또다시 웃는 모습을,여의도의 민자당 간판을,그전처럼 담담한 느낌으로만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회에서 자체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국회무용론」이 80%를 상회하는 지금,스스로 규정한 「총체적 난국」의 상황이 여전히 계속되는 이때야말로 민자당이 합당 당시의 슬로건을 곱씹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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