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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두려운 신고자들/이양재 검거후 신분노출 꺼려(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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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두려운 신고자들/이양재 검거후 신분노출 꺼려(등대)

입력
1990.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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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조직폭력배 두목 15명을 공개 수배한지 만 하루가 되기 전에 폭력계의 거물인 서방파 행동대장 이양재씨(35)를 붙잡은 경찰은 신바람이 났으나 결정적인 신고자에게 「용감한 시민상」 상신을 커녕 인사도 할 수 없어 씁쓸해 하고 있다.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들은 29일 인터콘티넨탈호텔 프런트에서 영화배우 이모양(23)으로부터 「살려달라」는 쪽지를 받아 112에 신고,이양재씨 검거에 공을 세운 호텔 청원경찰 김모씨(38)를 호텔로 찾아갔으나 호텔 관계자까지 가세,『연약한 여성을 구했을 뿐이니 신분을 노출시키지 말아달라』고 통사정을 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자신의 신고로 붙잡힌 덩치 큰 30대가 사진수배된 칼잡이 임을 다음날 아침 신문을 보고 안 김씨는 직분이 청원경찰이지만 폭력조직의 보복이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같은 후환에 대한 공포는 순간의 기지로 자신을 보호하고 거물주먹의 두손에 수갑을 채우게 한 이양도 마찬가지.

이양은 평소 알고지내는 모회사대표가 『나를 찾으려면 이양재씨가 갖고있는 무선호출기(삐삐)로 연락하라』는 말에 따라 사건당일 삐삐를 눌렀다.

강남구 잠원동 근처를 그랜저승용차를 타고가던 이씨의 삐삐가 울렸고 이씨는 승용차의 무선전화로 안면이 있는 이양을 불러냈다.

술에 취한 이씨는 그랜저 안에서 이양을 겁탈하려 했으나 「점잖은 분이 차에서 무슨 짓이냐. 서울 제1의 호텔로 가자」는 이양의 재치에 속아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도착했다. 이씨가 객실계약서가 영문으로 돼있어 머뭇거릴때 이양은 장난하는 척 하며 메모지에 SOS를 적었다.

112 순찰차로 이씨를 파출소로 연행한 경찰도 처음에는 젊은 남녀의 실랑이 쯤으로 알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마침 신원조회용 컴퓨터가 고장나 기다리던 경찰관들은 무심코 신문을 집어들고 화들짝 놀랐다.

가짜 주민등록과 회사이사 명함을 내놓고 시치미를 떼고 있던 이씨에게 바로 수갑이 채워졌다.

이양의 얼굴도 백지장처럼 변했다. 이양은 검찰에서 참고인조사를 받으면서도 처음에는 「김모」라고 말할만큼 보복에 떨고 있었다.

청원경찰 김씨와 영화배우 이양의 공포는 우리사회 모두가 겪는 일이다. 신고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범죄전쟁은 슬로건에 불과하다.<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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