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을 따르되 임금에 이롭게 함이 순종이고,명령을 따르며 불리하게 하는 것을 아첨이라 한다」 순자의 이 말은 임금을 나라로 바꾸면 지금도 통할 만하다. 법규와 질서를 지키고 존중함은 아첨이 아닌 순종이라 할 수 있다. 정부안엔 순종과 아첨을 제대로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보다. 그래서 한 발만 뛰어도 될 일을 너무 뛰어 도리어 정부를 욕먹이게 만든다. ◆정부가 하는 일은 목적이 뚜렷하고 시행에 무리가 없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렇게만 해주면 모두가 정부가 하는 일에 순종하고 협력을 아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교통질서를 바로잡자는데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지근한 대책이 원망스러웠을 뿐이다. 아주 화끈하게 나서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워낙 「강압」에 시달려온 탓에 강성조치는 끔찍하지만 교통질서를 살릴 강성은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다. ◆요즘 서울의 도로교통 사정이 제법 달라진 인상이 든다. 단속이 강화되고부터 소통이 원활한 편이다. 출퇴근의 짜증이 약간은 줄었다. 진작 그랬을 것이지 하고 모처럼 정부를 칭찬하는 말도 가끔은 듣는다. 교통질서가 자리잡혀가지 않나 하는 희망도 가질만 하다. 내친 김에 끈기를 잃지 말았으면 더욱 좋겠다. ◆교통질서 확립은 잘하는 일인데,방법에 또 무리가 따른다. 잘 보일만 하면 으레 미운 짓이 나온다. 이른 아침,횡단보도 주변엔 공무원과 학생들이 띠를 두르고 구호판을 든 전시대적 광경이 눈에 띈다. 「구태의연」의 도열이다. 출근길이 슬그머니 멋적고 민망해진다. 꼭 저래야 하나…. 어느 높은 분이 순종과 아첨을 똑바로 가리지 못한 것 같다. 도열과 교통질서와는 무관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퇴근시간 이후의 유흥가에도 공무원이 동원된다. 향락추방같은 내용의 인쇄물을 돌리며 어색하게 몰려다니는 모습이 몹시 언짢다. 공무원과 학생 동원을 만만하게 보는 타성을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사생활 시간마저 줄일 수 있는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순종을 아첨의 도구로 삼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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